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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Jul 30. 2018

#21 너의 의미

나는 왜 고양이를 키우나

카드 뉴스 형식의 글을 보고 구독을 누른 독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번엔 줄글로 이야기를 풀고 싶다. 

종종 두서없이 횡설수설 글을 적어 내려가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고양이 키우기 어렵지 않아요?’, ‘고양이는 얌전해요?’, ‘한 달에 얼마나 들어요?’ 등의 질문을 받곤 한다. 현실적이고 당연한 질문들이다. 특히 고양이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면 더욱 그렇고, 키울 의사가 없는 입장에서도 누구나 가볍게 던질 법한 물음들이기도 하다.  

마리는 택배아저씨가 무서웠다




저런 질문을 받으면 보통  ‘어떻게 키우는지에 따라 달라요’ 내지는 ‘고양이마다 다른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고양이마다 입맛과 습성이 모두 다르고(심지어 화장실 형태까지!) 아파서 병원 신세라도 한 번 지면 평소 나가는 돈의 몇 배가 지출되므로(심지어 꽤 자주 가게 된다) 어림잡아 평균 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그냥 에둘러 ‘한 달에 10~15만 원이라고 말해주면 될 걸 너무 깐깐하게 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칫 이런 섣부른 표현이 누군가의, 그리고 어떤 고양이의 불행으로 변질될까 두려워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아깽이땐 곰팡이성 피부염에 걸리기도 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우리 부부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 궁금증, 사전 지식 따위가 없이 마리와 라리를 입양했다. #1 묘연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단지 고양이가 키우고 싶어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 대가로 아이들이 아플 때마다 당황하며 심장을 쓸어내리고 사소한 일에도 동물병원에 뛰어가곤 한다. 마리와 라리가 답답해하거나 심심해하는 기색을 보이면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한다. 저 작은 두 생명체는 우리에게 무한한 애정과 기쁨을 주는 대신 어쩌면 그보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했다.  

라리는 어릴때부터 묵직했는데 그게 책임의 무게였나보다




책임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밥을 챙겨주는 일, 정기, 비정기적으로 병원에 데려가는 일, 털이 윤기 나고 매끄럽도록 관리해주는 일, 발톱이 안으로 파고들지 않게 잘라주고 발 털을 정리해주는 일, 매일 화장실 3개를 치워주고 모래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 온통 모래밭이 된 바닥을 부지런히 청소하는 일, 새벽에 배를 꾹꾹 눌러 깨워도 화내지 않고 예뻐해 주는 일, 애교를 부리면 언제나 받아주는 일, 이빨에 치석이 끼지 않게 칫솔질을 해주는 일, 틈나는 대로 놀아주며 활동량을 채우는 일 등. 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집사라고 하는지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다.  

활동량을 채우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일들을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만 계산하여 한 달 고정비용으로 말하기엔 내 가족이 된 고양이의 생명과 행복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만드는 느낌이 들어 조심스러워진다. 그 작고 여린 마라리의 콩닥거리는 심장, 순진무구한 눈빛, 내 손과 무릎을 움켜쥐던 작은 발을 마주한 순간부터 그들은 나의 자식이 되었고 어느 순간 나는 우리 가족을 네 식구라 생각하게 됐다.  

1년 전에 찍은 사진인데 지금 보니 내 머리가 가장 신경쓰인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게 된 건 분명 그들의 귀여움 때문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마리와 라리는 나와 와이프에게 반려동물 이상의 의미가 됐다. 




마라리 인스타유튜브도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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