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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Oct 24. 2019

어성초가 탈모에 좋다는 헛소리

우리는 천만 탈모인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길 가다 눈 마주치는 사람 다섯 명 중 한 명이 탈모인 것이다. 탈모라고 하면 흔히 40~50대 이상의 아저씨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2030 세대의 탈모가 급증하면서 '대머리 아저씨'라는 가슴 아픈 명칭은 옛말이 됐다. 특히 여성 탈모인의 증가는 탈모가 더 이상 남자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이렇게 탈모인구가 늘어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약팔이들도 활개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어성초 팔이.



어성초는 어쩌다 탈모 치료제가 됐나

어성초는 한자로 魚腥草라고 쓰는데, '물고기 비린내가 나는 풀'이라는 뜻이다. 잎을 짓이겨 냄새를 맡으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염증에 좋다는 소문이 있어 여드름과 탈모 치료로 유명한 약초다. 실제로 한의학에선 피부, 호흡기, 비뇨기 질환에 소염제처럼 사용한다. 성분 자체에도 항균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어성초가 어쩌다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유명세를 치렀을까? 모 종편 프로그램에서 탈모를 극복한 의사가 입을 털면서부터다. 자신이 탈모였는데 어성초 등의 약재를 먹고 풍성하게 됐다며 소개를 한 것이다. 이후 어성초가 불티나게 팔렸고 해당 의사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어성초 제품을 만들어 팔기까지 했다. 재밌는 건 그 의사는 실제로는 모발 이식도 하고 약도 먹고 탈모인이 할 수 있는 건 죄다 했다는 이야기가...

아무튼 이 방송 이후 어성초는 순식간에 탈모에 효과적인 약초가 되어 탈모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탈모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어성초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보다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거나 오히려 더 빠졌다는 후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성초 티백을 우려 차를 내려마시면 머리카락이 난다는 건 전부 1천만 탈모인을 울리는 헛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어성초와 쇼닥터

이런 사태는 어쩌다 일어났을까? 의사가 자낳괴가 됐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고 아픈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보다 돈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사의 직함을 걸고 대중을 말도 안 되는 치료법과 약으로 속인다. TV에 출연하여 그럴듯한 표정으로 연기하고 사람들의 희망을 돈으로 환산하여 뜯어간다. 흔히 '쇼닥터'라고 불리는 이런 의사들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되어 환자의 증상을 악화 시키고 경제적 손상과 함께 삶의 질마저 떨어뜨린다.


현재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약을 쓰거나, 머리를 심거나. 이외의 방법들은 어떠한 효능도 검증되지 않았으며 안전성 또한 보장되지 않는다. 탈모의 경우 자연치유가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초기 탈모가 의심되면 당장 병원을 방문하여 제대로 된 검사를 받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어성초뿐만 아니라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화장품은 사용목적을 '피부, 모발의 건강 유지 및 증진'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머리가 난다 등의 '발모 기능'을 직, 간접적으로 표현해선 안 되는 것이다. 흔히 샴푸를 쓰면 머리카락이 난다든지, 헤어팩을 하면 탈모가 치료된다든지 하는 광고들은 전부 위법이며 허위 과장광고라는 점을 소비자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탈모와 영양제

이제 영양제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시중에는 각종 탈모 영양제들이 있다. 이들의 주 성분은 보통 비오틴, 엽산, 아연 등인데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부 그렇다'이다. 무슨 말이냐면 조건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조건이 납득 가능한지 아닌지는 당신의 판단에 맞기겠다.

1. 아연

아연 결핍은 실제로 탈모를 유발한다. 아연이 많이 모자라서 탈모가 온 사람에게 아연을 공급하면 탈모 증상이 어느 정도 개선된다. 여기서 조건이 뭐다? 그렇다. 아연이 결핍된 사람일 것. 아연은 몸에서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인데 중요한 건 밥만 잘 먹어도 크게 결핍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연을 먹으면 머리가 난다는 건 높은 확률로 당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2. 비오틴

그럼 비오틴은 어떨까? 비오틴은 비타민B7인데, 소 간, 돼지고기볶음, 햄버거, 생선, 계란, 견과류, 씨앗, 유제품, 고구마, 시금치, 브로콜리 등 굉장히 많은 식품에 비오틴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비오틴이 결핍되면 탈모가 올 수 있다. 자, 여기서도 전제 조건은 비오틴이 결핍되는 것이다. 근데 솔직히 위에 언급된 음식들을 평소에 하나도 먹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즉 당신의 탈모는 비오틴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다.

3. 엽산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 엽산도 결핍되면 탈모가 온다. 그래도 엽산 결핍에 의한 탈모는 아연이나 비오틴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임신을 한 사람이라면 엽산이 쉽게 결핍되는데, 임산부 탈모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엽산 부족 때문이다. 엽산은 녹황색 채소, 콩, 계란, 오렌지 주스, 간, 근대, 통밀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어라? 이건 안 먹는 사람들이 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가. 이쯤이면 당신이 아무리 탈모에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어성초를 먹고 바르고 뿌려도, 탈모 전용 샴푸를 써도 탈모 증상에 차도가 없는 이유를 알겠는가? 다 구라이기 때문이다. 탈모다 싶으면 다른 민간요법에 혹하지 말고 한 올이라도 더 남아있을 때 빨리 병원 가서 약 먹고 바르자. 이식할 때 이식하더라도 지킬 수 있을 때까진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잊지 마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비타민, 속지 말고 나에게 맞는 것만 찾아먹자



















어성초와 쇼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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