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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Oct 25. 2019

유통기한 지난 유산균 버리면 안 되는 이유

유산균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먹어야 효과가 좋다. 그래서인지 다른 영양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짧다. 길면 2년, 짧으면 1년 8개월 정도인데 그마저도 보관 방법에 따라 더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별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상온에 오랜 기간 보관했을 때이다. 먹다 까먹다 먹다 까먹다 하면서 어느새 유통기한이 지난 유산균은 먹어도 되는 걸까?


인생 프로바이오틱스를 찾는 여정


유산균 선택 기준

유산균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하나는 보장 균수이고 다음은 균의 종류이다. 프로바이오틱스 고수들은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당신이 입문자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내용인데, 깊게 파고들면 내용이 복잡해지니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1. 보장 균수

프로바이오틱스가 들어간 제품들 광고를 보면 무엇을 강조하는가. 바로 균 수다. 1억, 100억, 1000억, 4500억 하더니 요즘은 700조다 뭐다 말이 많다. 소비자들은 여기서 현혹되기 쉬울 것이다. 1000억이니 1 조니 일단 내세우는 숫자가 크니 '뭐가 많이 들었나 보다'하고 좋은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투입 균수와 보장 균수의 차이를 먼저 보자. 투입 균수는 공장에서 해당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의 균을 투입했는지를 의미한다. 제품에 투입 균수를 표기하는 건 의무가 아닌데 그 이유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투입 균수가 100억이든 1000억이든 1조든 중요한 건 투입 균수가 아닌 보장 균수이다. 따라서 제품 박스에 투입 균수를 아무리 높게 표기했어도 현혹되지 말자.


그럼 보장 균수는 뭐냐. 말 그대로 제품을 먹었을 때 보장되는 균 수이다. 예를 들어 투입 균수가 1조 CFU인데 보장 균수가 1억 CFU라면 결국 당신이 먹는 건 1억 마리 프로바이오틱스다. 여기도 페이크 하나가 더 들어가는데 1일 섭취 용량 기준인지 1회 섭취 용량 기준인지 잘 봐야 한다. 만약 하루 3포가 정량인데 1일 섭취 기준으로 1억 CFU라고 표기되어 있다면 한 포에 대충 3333마리가 보장된다는 소리다. 조금 헷갈리겠지만 아주 중요한 내용이니 이해가 안 되면 두 번, 세 번 읽어보자.


그리고 1000조, 700조... 하아 이건 그냥 무시해도 되는 숫자다. 일단 숫자가 크니까 '와! 엄청 많이 들었구나!' 하겠지만 아니다. 내용을 잘 읽어보면 장내 세균의 총 량이 1000조 혹은 700조라는 이야기다.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




2. 균의 종류

보장 균수를 확인했다면 그다음 확인할 건 균의 종류이다. 식약처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중 기능성이 있는 균주 19종을 고시했다. 식약처 인증 균주 외에 다른 균주들도 기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 장내 세균 균형을 맞추고 변비 완화 기능이 있다고 인정받은 건 19종의 균주가 전부이다. 따라서 제품을 선택할 땐 해당 균주 중 어떤 것들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위의 표는 식약처에서 배부한 건강기능식품 고시 자료에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19종이다. 락토바실러스 11종, 비피더스 4종, 락토코커스 1종, 엔터로코커스 2종, 스크렙토코커스 1종. 락토바실러스는 콜레스테롤 저하 인자를 분비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도움이 된다. 비피도박테리움은 백혈구 증식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다른 균주들도 조금씩 특성이 다르며 선호하는 환경도 차이가 있다. 자세한 기능들은 알아서 찾아보길 바란다. 여기서 언급하자면 논문 수준으로 내용이 길어질 것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렇게 다른 여러 가지 균주들이 모두 내 몸에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건 잘 맞고 어떤 건 설사하고 또 어떤 건 아무 효과가 없다. 이걸 알아내는 게 프로바이오틱스 입문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처음 먹는 제품은 균주의 종류가 최대한 많은 걸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점차 자신에게 맞는 균주로 범위를 좁혀나간다. 이후에는 같은 제품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유통기한 지난 유산균 먹어도 될까?

온도에 따른 프로바이오틱스 사멸 속도

보장 균수와 균주의 종류를 파악했다면 다음으로 확인할 건 유통기한이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 내에서 자리 잡고 제 역할을 하려면 장까지 살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워낙 예민한 친구들이라 다른 비타민 영양제처럼 4년, 5년 동안 살려서 보관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25° C 내외의 상온에서 보관할 경우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8개월에서 24개월 정도다(24개월이면 아주 긴 거다). 가장 좋은 보관 방법은 냉장 보관인데 약 4° C 정도의 온도에서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제품 보관 방법에 상온으로 명시되어 있더라도 냉장 보관하는 것이 신선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거다. 먹다가 깜빡하고 잊어버렸는데 1년 있다가 잊고 있던 프로바이오틱스가 생각난 거다. 말이 되는 예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종의 이유로 유통기한 지난 유산균을 발견했다. 이걸 먹어 말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세균이라 왠지 먹으면 탈이 나는 건 아닌지 찝찝하지만 간사하게도 밀봉되어 있고 뜯지 않은 새 제품이라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럴 때 정답은 '먹는다'이다.


유통기한 지난 유산균은 분명 다 죽었을 것이다. 기적처럼 살아있는 균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웬만한 녀석들은 다 죽는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유산균들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즉 유통기한 지난 유산균은 아주 품질 좋은 단백질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뱃속에 살아있는 다른 유산균의 먹이가 된다. 그러니 버리는 것보다 먹는 게 더 이득이다. 유통기한 지난 유산균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이제 안심하고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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