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는 스무스한 배변활동부터 면역력까지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돌처럼 굳어 요지부동인 녀석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몸속에서 퇴거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유산균은 언제나 각광받아왔다. 요즘은 1억 마리 유산균을 넘어 10억, 50억, 100억, 심지어 1000억 마리 유산균을 먹기도 하는데 과연 괜찮을까? 먹는다면 언제 먹는 게 좋을까?
프로바이오틱스를 굉장히 새로운 개념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름에 '프로'라는 접두어도 있고 '바이오틱스'라고 하니 뭔가 생명공학적인 최첨단 기술이 가미된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유산균을 포함한 유익균을 지칭하는 단어다. 당신이 익히 알고 있는, 장까지 살아서 가는 게 중요한 바로 그 유산균 말이다.
유산균은 한자로 乳酸菌이라고 쓴다. 유산은 젖산을 의미하는데, 유산균은 젖산을 내뿜어 주위의 다른 세균을 해치운다. 이 과정이 인체에 이롭기 때문에 유산균은 유익균이라 불리며 몇십억, 몇백 억씩 먹는 것이다. 중요한 건 프로바이오틱스만 가지고 효과를 보기엔 효율이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프로바이오틱스는 장까지 살아서 가는 게 관건이다. 광고처럼 유산균을 코팅해서 캡슐에 넣어도 장까지 가긴 가지만 위산에 죽는 경우도 많거니와 장에 어렵사리 도착해도 먹이가 없어 기대했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물론 죽어도 도움이 되긴 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일단 살아서 가는 것이고, 둘째는 굶어죽지 않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쓴다.
1. 장까지 살아서 가는 법
단도직입으로 이야기하면 코팅을 하는 것이다. 위산이 분비될 때 우리 위장은 pH0.8~2 정도로 매우 강한 산성이다. 음식이든 유산균이든 들어가면 녹아 없어지는 상태인 것이다. 배가 너무 고프면 속이 쓰린 이유도 위벽의 코팅을 위산이 녹여서 위벽이 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저런 강산에 아무 보호장치 없이 들어갔다간 그대로 죽어 나자빠지므로 유산균에 캡슐을 씌우든 장용 코팅을 하든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녹을 수 있게 대비한다.
2. 굶어죽지 않는 법
장에 도착한 유산균들은 위풍당당하게 젖산을 뿜어대며 인체에 해로운 균들을 조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그 당당함은 배고픔에 의해 사라진다. 먹이가 없으니 힘을 쓸 수 없어 비실대다 쓰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영악한 건기식 업체들이 프리바이오틱스를 개발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와 다르다. 'Pre'라는 접두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프로바이오틱스 먹기 전에 또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함께 먹으면 좋다는 의미이다.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물질인데 보통 프락토올리고당이 들어간다. 프락토올리고당은 다당류(여러 개의 포도당이 결합된 형태라 입자가 크다)라서 쉽게 소화되지 않고 장으로 내려가므로 장에 도착한 유산균들이 뜯어먹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 종종 프리바이오틱스만 먹고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괜히 소화불량만 걸리니 이름을 꼭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 요즘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넣은 제품도 나오니 참고.
프로바이오틱스를 언제 먹어야 할까? 솔직히 이야기하면 답이 없는 문제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문제를 우리 같은 일반인이 핏대 세우며 논쟁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결국 각각의 장단점을 보고 본인이 판단하여 믿고 먹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양측의 의견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복파
공복에 먹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위산의 분비가 음식 섭취 직후 활발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위장이 활동하지 않는 공복 상태일 때 물과 함께 잽싸게 먹어야 위산 분비가 안되므로 장까지 살아서 간다는 것이다.
2. 식후파
식후에 또는 음식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의견은, 분비되는 위산이 음식에 희석되므로 비교적 약해서 유산균의 생존율이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음식에 희석된 위산은 pH4~5 정도로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더불어 장으로 내려간 음식이 유산균의 먹이가 되기도 하므로 공복보다는 식후에 먹는 게 좋다고 주장한다.
둘 다 나름의 근거가 있고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건 본인의 평소 위장 상태이다. 위산 과다로 공복에도 속 쓰림을 자주 경험한다면 식후에 먹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공복에 먹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게다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마다 포함된 유산균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공복과 식전만 따져서 될 문제는 아니다.
정말 제대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고 싶다면 여러 가지 제품을 꾸준히 먹어보는 방법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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