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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Oct 23. 2019

가르시니아 간손상, 진짜일까?

급성 간경화가 가르시니아 때문이라고??

가르시니아 간손상, 진짜일까?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날씬하고 멋진 몸매를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어왔고 그 욕망에 부합한 온갖 다이어트 제품들도 항상 성행해왔다. 국내에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식약처가 인정한 성분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대표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를 먹고 간 손상이 왔다는 후기가 늘어났다는 것. 정말 가르시니아를 먹으면 간 손상이 올까?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효능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동남아에서 많이 생산되는 열대 과일이다. 여러 연구 결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이 체중과 지방의 무게를 줄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가르시니아엔 -Hydroxycitric acid, 줄여서 HCA라는 물질이 있다. HCA의 분리 동정이 가능하면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세포 단위에서 어떻게 작용하여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지 알게 되었다.


HCA는 지방의 생합성 단계에서 citrate와 경쟁적으로 작용하여 지질, 콜레스테롤 생합성에 관여하는 ATP-citrate lyase 효소를 저해해서 지방 합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활성 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 염증,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신장을 활성산소로부터 보호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조금 쉽게 이야기하면 가르시니아가 지방 합성 효소를 억제하는데, 동시에 항산화 효과를 지녀 염증을 억제하고 신장의 독성을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연구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자.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의 지방 세포 분화 억제효과를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HCA 농도 0.1%에서도 지방 세포 분화는 유의한 정도로 억제가 되고, 1%까지 농도를 높이면 지방 분화를 촉진하지 않은 control group(대조군) 수준까지 지방 분화가 억제됐다(사진 참고). 이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와 지방을 동시에 먹어도 체내에 지방 축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치킨을 먹으면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를 먹어도 지방이 쌓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간과 탄수화물

위의 내용만 보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전혀 나쁜 물질이 아니다. 그런데 왜 가르시니아를 먹고 간 손상이 왔다는 후기가 올라오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잠시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간은 매우 다양한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는 탄수화물 대사와 관련된 것이다. 깊게 파고들면 어려우니 간단하게 알아보자.

간은 해독 기능 외에도 탄수화물 대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분해된 포도당 중 몸에서 에너지로 쓰이는 양을 제외한 여분은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바뀐다. 물론 탄수화물만 가지고 살이 엄청나게 찔 정도로 지방으로 바뀌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과량의 탄수화물 섭취는 칼로리 과잉을 의미하므로 체내 중성지방 수치를 늘리는데 일조한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질병들은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는데, 인슐린은 포도당을 세포에 공급하는 효소로 이 과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우리가 흔히 먹는 탄수화물은 다당류라고 한다. 다당류는 문자 그대로 당이 여러 개 붙은 형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포도당은 하나의 당이므로 단당류라고 부른다. 우리가 에너지를 내고 각종 신체 기관들이 제 기능을 하려면 단당류인 포도당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포도당은 세포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 공급원이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영양소인 셈이다.

인슐린은 세포의 문을 열어 포도당이 세포 내부로 들어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반대로 포도당이 세포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에 둥둥 떠다니게 만든다. 세포에서 포도당이 쓰이지 못하니 몸은 더 많은 포도당 섭취와 생산을 반복하고 쓰이지 못한 포도당은 중성지방으로 변환되어 몸에 저장된다. 이렇게 포도당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에서 충분한 힘을 내지 못하므로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 지방을 채택한다. 하지만 지방은 포도당에 비해 에너지원으로 질이 좋지 않아 근육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근육에도 지방이 쌓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간은 허공에 삽질하는 느낌이 들다 보니 포도당을 더 생산하는 대신 차곡차곡 남는 포도당들을 지방으로 축적해둔다. 처음엔 면역력이 떨어지고 해독작용이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계속 진행되면 지방간으로 발전한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려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가르시니아 간손상에 대하여

가르시니아와 간에 대해 간단히 알아봤으니 오늘의 주제인 가르시니아 간손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가르시니아가 간손상을 유발한다는 민원들이 몇 있다 보니 식약처도 몇 차례에 걸쳐 조사한 바가 있다. 결론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관련 논문들을 살펴보면 가르시니아가 캄보지아가 알코올에 의한 간 독성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후기나 민원이 주장하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해외는 어떨까?


가장 유명한 해외 사례는 2009년, 하이드록시 컷이라는 제품과 관련된 것이다. 매우 유명한 다이어트 보조제인데, 19세 미국 남성이 이를 섭취 후 사망했고 FDA에서 판매를 중지했다. 해당 제품에는 가르시니아를 비롯해 카페인, 레이디스 멘톨, 와일드 올리브, 쿠민, 와일드 민트, 그린커피빈 추출물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가 있었으며, FDA 측은 제품 내 어떤 성분 때문인지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가르시니아 추출물이 포함된 제품을 먹고 간 손상이 왔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걸까? 간과 가르시니아는 정말 상관관계가 없는 걸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과거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간손상 위협 논란'을 주제로 국정 감사까지 한 적이 있다. 이후 지금까지 식약처와 보건복지 위원회 등 전문기관은 분석 및 연구를 통해 가르시니아가 간손상을 일으킨다는 어떠한 연관성도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국내외 모든 연구 결과가 말하듯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간손상과 연결할만한 접점이 없다.


하지만 매년 가르시니아 제품을 먹고 간 손상이 왔다는 신고가 몇 건씩 들어오면서 식약처는 최근 해당 성분의 효과를 조금 보수적으로 낮추고 '어린이, 임산부, 수유부는 섭취를 피할 것, '질환이 있거나 복용하는 의약품이 있는 경우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할 것'이라는 주의 문구를 추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언론에서는 마치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간손상을 일으키는 주범처럼 몰아가지만 미국이나 국내나 성분을 특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FDA에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다이어트 보조제를 퇴출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FDA는 애초에 다이어트 보조제 자체를 전부 허가 내주지 않는 것이지 가르시니아 제품만 특정해서 퇴출한 것이 아니다. 자극적인 내용에 현혹되지 말자.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간이 싱싱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술을 마시는 사람의 간은 병들어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간이 단순히 알코올 해독작용만을 담당하는 게 아니라 혈액 정화를 통해 몸으로 유입된 각종 독소를 해독하는 기능도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면 급성 간부전 등의 간 손상을 일어날 수 있다.


대표적인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는 생리통 약을 비롯한 해열 진통제다. 이 성분은 간에서 분해되면서 독성물질을 남기는데, 특히 술과 함께 복용하면 급성 간부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2005년 미국 워싱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급성 간부전을 유발하는 원인 중 42%가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압도적인 1위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간부전은 심하면 며칠 내로 사망에 이를 정도로 매우 위험한 질병이고 황달, 어지럼증, 토혈 등을 비롯해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며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종합해볼 때 멀쩡했다가 간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보다는 진통제를 의심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혹은 B형 간염 등의 바이러스성 질환이거나(애초에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햄버거 먹으면서 다이어트 콜라 먹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다시 말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간손상을 불러올 확률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우 희박하다. 연구가 완벽히 진행된 게 아니므로 향후 바뀔 수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믿고 먹을 음식은 세상에 하나도 없을 것이다(내일 갑자기 쌀이 암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발표될지도 모른다). 다만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된다. 다이어트 욕심에 밥을 계속 굶고 운동하며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를 권장량을 초과로 꾸준히 섭취하면 꼭 가르시니아 때문만이 아니라도 당연히 몸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생활 습관인 것이다. 균형 잡힌 탄단지 식단과 적절한 운동, 명시된 용량만큼의 보조 식품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당신의 간이 당신을 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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