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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Nov 18. 2019

호박즙 효능으로 얼굴 부기가 빠진다고?

아침에 눈 뜨고 거울을 보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당신. 눈도 퉁퉁 붓고 볼도 빵빵해져서 출근길에 괜히 혼자 민망하다. 대체 내 얼굴은 왜 이리 잘 붓는 걸까? 고민하던 당신에게 붓기에 좋다며 혜성처럼 등장한 호박 즙! 호박 즙만 꾸준히 먹어도 붓기가 쏙쏙 빠진다고? 밑져야 본전이니 일단 사서 먹어볼까 고민한다. 정말 호박 즙이 붓기를 잡아줄까?



그 호박이 아니야

호박 즙 효능으로 붓기 제거가 된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나왔을까? 우리가 신뢰하는 가장 오래된 문서, 동의보감을 보자. 동의보감은 호박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소변에 이롭고 오감을 치료하며 피가 멎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며 금창을 아물게 한다. 산후 진통에 효험이 있다."


꽤 후한 평가다. 문제는 이 호박은 우리가 먹는 호박이 아니라 쥐라기 공원에서 모기를 가둔 그 호박이다. 다시 말해 광물이라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광물에도 기운이 있어 달여먹고 갈아먹고 옆에 끼고 다니고 하기 때문에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무튼 동의보감에서 호박이 좋다고 했다고 호박 즙 추천하는 사람들은 약장수나 다름없으니 피하길 바란다.


같은 이유로 산후조리원에서 통증에 좋다며 호박을 먹이는데, 이 또한 잘 못 알고 하는 행위이다. 딱히 호박이 몸에 안 좋은 건 아니지만 호박이나 호박 즙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럼 호박 즙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동의보감의 오해와는 상관없이 붓기 제거에 도움은 되는 걸까?



얼굴은 왜 붓나

호박 즙을 뜯어보기 전에 얼굴은 왜 붓는지 먼저 알아보자.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로 얼굴이 붓는다.



1. 중력

첫 번째부터 뭔 소린가 싶겠지만 자는 동안 몸이 수평으로 고정되고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때문에 수분이 모여 얼굴이 붓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오랫동안 서있으면 종아리가 붓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양대병원 신장 내과 이창환 교수는 "지방이 많은 부위는 수분이 모여도 티가 별로 안 나지만 눈꺼풀처럼 피하지방이 적은 부위는 조금만 수분이 쏠려도 티가 많이 난다"라며 중력이 얼굴 부기에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 나트륨

제발 자기 전에 라면, 족발, 보쌈, 닭발, 떡볶이, 치킨, 피자, 햄버거 좀 그만 먹어라. 야식 먹고 다음날 얼굴 부었다고 호박 즙 먹은 다음 효과 없다고 투덜대는 건 호박 즙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짠 음식을 먹고 자면 체내 삼투 현상으로 세포 내 수분이 조직 세포로 과다하게 이동한다. 그럼 얼굴이 퉁퉁 붓게 된다. 야식 먹고 아침에 '왜 얼굴이 땡땡 부었지?'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양심 없는 사고방식이다.



3. 혈액순환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 것도 붓기의 원인이다. 손발이 차고 팔다리가 자주 붓는 사람이 있다. 이는 혈액순환 또는 저혈압 문제일 수 있다. 피가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에 수족냉증이 생기고 부종이 생기는 것이다. 이럴 경우 얼굴보다는 하체 쪽이 더 잘 붓는다.



4. 여성 호르몬

특히 생리 전 여성이라면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얼굴이 잘 붓는다. 에스트로겐은 칼륨과 마그네슘을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고 염분, 수분을 정체시킨다. 만약 당신이 평소 수족 냉증이 있고 생리 때가 다가와서 야식이 당겨 밤에 라면을 먹고 잤다면 다음날 무조건 얼굴이 붓는다.



5. 질환


신장, 갑상선, 간에 문제가 생기면 얼굴이 붓는다. 신장은 염분 조절에 많이 관여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신장이 안 좋으면 얼굴뿐만 아니라 몸이 전체적으로 붓는다. 다만 모든 신장 질환에서 부종이 나타나는 건 아니므로 정확한 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얼굴 부기는 언급한 이유 안에서 발생한다. 당신이 평소 어떤 상황에서 얼굴이 잘 붓는지 잘 관찰하여 파악하길 바란다.



호박 즙 효능

자, 그럼 오늘의 주인공 호박 즙에 대해 이야기하자. 동의보감의 오해야 그렇다 쳐도 호박 즙이 붓기에 좋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어떤 건지 궁금하니 말이다. 알려진 호박 즙의 효능은 아래와 같다.


1. 이뇨작용

2. 비타민C, E의 항산화 효과

3. 식이섬유로 변비 해소

4. 루테인으로 황반 변성 보호


오우 생각보다 많은 효과가 있다. 이 중에서 아마 이뇨작용 때문에 호박 즙이 붓기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것 같다. 몸에 수분이 정체되어 부으니 수분을 빼내면 부기가 빠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다.

만약 당신이 염분 섭취를 많이 해서 몸이 부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체내에 나트륨 농도가 올라간 상태이므로 오히려 수분은 부족하다. 이때 이뇨작용으로 수분을 빼내 버리면 몸속 나트륨 농도는 더 올라가게 된다. 이때는 반대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나트륨 농도도 내려가고 소변을 통해 노폐물을 밖으로 빠르게 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을 잘 마시지 못한다면 우유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유는 나트륨 배출에 좋은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호박 즙이나 그냥 물만 마시는 것보다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된다. 어쨌든 호박 즙으로 부기가 빠진다는 건 따지고 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다만 이뇨작용으로 부기를 빼고 싶다면 호박 즙보다는 그냥 물이나 우유를 마시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함께 하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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