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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Nov 21. 2019

맥주효모 머리 감기, 효과 있을까?

탈모인 1천만 시대. 고개를 돌리면 너도 탈모고 나도 탈모다. 옛날엔 대머리 아저씨가 그저 40~50대 아저씨를 놀리는 농담이었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그 농담이 얼마나 싸늘한 비수인지 깨달아간다. 요즘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 탈모인이 늘어나면서 머머리가 남 이야기 같지 않다. 야너두? 야나두.


맥주효모, 머리 나는 거 맞아?

맥주효모는 탈모에 좋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성분이다. 맥주효모가 처음 유명해진 건 독일의 한 맥주공장 노동자들의 머릿결이 유난히 매끄럽고 풍성해서 원인을 조사한 결과 맥주효모가 도움이 됐음을 밝혀내면서부터다. 맥주효모는 맥주를 만들 때 나오는 효모인데 몇몇 연구에 따르면 맥주효모가 모발을 강화하고 두피에 단백질을 공급하며, 각종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 항산화 효과도 뛰어나 염증을 억제하고 노화 방지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맥주효모 관련 논문 중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건 한국산업융합학회지에서 실린 자료이다. 자료에 따르면 맥주효모를 1년간 섭취시켰더니 모낭 줄기세포 유래 성장인자가 10배나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비오틴과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탈모를 방지하고 머리카락에 영양을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논문들 외에 미디어에서도 워낙 탈모에 좋다고 보도가 많이 되면서 관련 제품들 역시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분말, 알약, 샴푸, 화장품 등 당장 뭐부터 사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많은 탈모 치료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품은 하나같이 탈모가 예방되고 머리가 자란다는 광고를 한다. 문제는 그 광고의 태반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식약처 보도자료



식약처는 지난 6월 27일, 탈모 치료 및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허위, 과장 광고 건을 2248건이나 적발해냈다. 특히 샴푸, 트리트먼트, 토닉 등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 41개를 점검하여 16개 제품을 허위 광고로 적발했는데, 이들이 시행한 과장 광고가 무려 1480건이나 됐다. 이 밖에도 후기를 통한 허위 광고,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의 권위에 기댄 과장 광고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제 효과보다 부풀려서 탈모인들의 마음을 찢은 수많은 제품들이 적발됐다.


식약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탈모 샴푸가 실제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실제로 의약외품에 해당되던 탈모 방지 샴푸가 일괄적으로 기능성 화장품으로 이관된 것은 탈모 샴푸나 트리트먼트 등이 탈모 방지에 유의한 약리효과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식약처는 맥주효모나 서리태 등 민간에서 알고 있는 탈모 관련 성분들이 의학적 효능효과가 검증된 바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화장품류 뿐만 아니라 먹는 건강기능식품 역시 탈모에 효과적인 성분은 없으며 허가가 된 적도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약품을 제외하면 시중에 판매 중인 화장품, 식품, 영양제 등은 탈모방지, 탈모예방 등의 문구를 사용할 수 없다. 실제 효과가 없는데도 이를 쓰는 건 소비자 기만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의 기대와는 달리 맥주효모로 머리 감기를 아무리 해도 당신의 탈모는 멈출 수 없다.



탈모와 비오틴

언제나 급하게 가려고 하면 사고가 난다. 탈모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효과가 인정된 치료 방법은 의사에게 처방받은 프로페시아 계열 약을 복용하거나 미녹시딜을 뿌리는 것 외에 없다. 머리를 심는 게 아니면 오직 이 두 가지 방법만이 탈모를 치료하는 길인 것이다. 아무리 샴푸를 바르고 어성초를 우려먹고 비오틴을 섭취해도 당신의 탈모는 계속된다. 다른 제품을 찾아보고 돈 투자할 시간에 하루라도 빨리 약을 먹기 시작하라는 말이다.


흔히 탈모에 좋다고 알고 있는 비오틴과 단백질을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는 이유는 인과 관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탈모가 와서 비오틴을 먹으면 탈모가 좋아지는 게 아니다. 애초에 비오틴이 결핍되면 탈모가 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비오틴 부족으로 인한 탈모의 경우 비오틴을 보충하면 탈모가 쉽게 멈춘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비오틴 결핍은커녕 영양 과다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단백질도 마찬가지. 분명 우리 체모와 손발톱이 건강하게 형성되려면 단백질이 필요하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당연히 탈모가 오고 손발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은 단백질이 부족한가? 대부분 아닐 것이다. 따라서 맥주효모와 비오틴을 매일 챙겨 먹어도 이미 빠지는 머리가 다시 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다이어트에 왕도가 없는 것처럼 탈모도 지름길이란 없다. 처방약을 먹거나 바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심거나. 유전적 요인인 M자 탈모는 라인을 사수하려면 심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스트레스와 환경으로 인한 원형 탈모는 약 먹으면 98% 멈출 수 있다. 괜히 혹하는 마음에 쉬운 길로 가려 하지 말자. 그 사이에도 당신의 머리카락은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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