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양이가 가족이 되기까지
마리는 솔직히 당황했다. 처음엔 흥분해서 잘 몰랐지만 막상 서로 마주 보고 서있자니 라리의 키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였기 때문이다. 털 색도 아주 시커먼 게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녀석은 계속 함께 살 것 같았고, 여기서 밀리면 평생 녀석의 똥꼬나 그루밍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열은 확실한 게 좋다. 이 집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하자. 그렇게 마음먹은 마리는 그 작은 몸집을 있는대로 부풀렸다.
마리가 당황한 그때, 라리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조금 모자라고 바보 같았지만 매일 꽁냥꽁냥 장난치고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품을 나누던 형제들과 갑자기 떨어져 버렸다. 멀대같이 키가 큰 녀석이 대뜸 ‘집에 가자’라고 한 마디 하며 자신을 시커먼 동굴에 박아 넣고, 매캐한 냄새를 내뿜는 네 발 달린 짐승에 올라탄 채 얼마를 달려왔는지 모른다. 불안과 공포에 떨며 내려달라고 하소연해봐도 동굴의 문은 열릴 기미가 없었다. 평소라면 평화롭게 엄마 젖을 만지며 낮잠을 잘 시간에 낯선 사람의 손에 들려 낯선 장소에 도착했다. 무섭고 당황스러웠지만 자신을 대하는 저 수컷의 태도가 꽤 정중하고 손길이 나쁘지 않았으므로, 만약 새로운 운명이 주어진다면 남아로서 당당히 받아들이겠노라고 스스로 다짐도 했다. 그렇게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 드디어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을 땐 솔직히 조금 흥분되고 신나기도 했다. 실제로 경험하진 못했지만 집에서 엄마가 이야기해주던 모험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눈앞에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았고,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냄새들이 온통 뒤죽박죽 섞여있어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호기심으로 홀딱 변해버렸다. 근데 누군가 자꾸 자신에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설을 하는 것 같았다. 처음엔 잘 못 들었겠거니 무시했지만 같은 욕을 세 번이나 들으니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리자 새하얗고 쥐똥만한 털뭉치가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라리는 생각했다.
그렇게 둘은 싸웠다. 솔직히 솜방망이로 때려봐야 얼마나 아프겠냐만 내가 보기에 마리와 라리는 꽤나 진지했다. 귀를 뒤로 있는 힘껏 접고 털이란 털은 죄다 부풀려서 어떻게든 커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웃기고 귀여울 수가 없었다. 결과? 의외로 싱거웠다. 라리가 몇 대 쥐어터지더니 그대로 도망가더라. 형제들 중에서 덩치도 가장 컸고 앞발도 두툼해서 마리가 밀릴까 걱정했었는데 작은 체구에 비해 성격이 앙칼졌다. 그래도 그 둘은 다음날 또 싸우고 그 다음날도 또 싸우길 반복했다.
서로 일진일퇴하며 공방을 주고받길 3일. 싸우다 친해졌는지 둘이 붙어서 새근새근 자기도 하고 서로 그루밍을 해주기도 했다. 마리와 라리가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나와 와이프를 부모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그렇게 일주일이 걸렸다.
근데 난 둘 중 누가 서열이 위 인지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