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을 살 때는 꾸준히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먹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귀찮아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사놓고 까먹어서 뜯지도 않고 어딘가 박혀있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꺼내보면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 망설이게 된다. 머리로는 버려야 하는데 아까워서 가슴이 말리는 것이다. 이럴 때 버려야 할까 먹어야 할까?
반가운 소식일지 모르겠지만 유통기한 지난 비타민이라고 다 버릴 필요는 없다. 상태에 따라 2~3년이 지나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단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이 조건이 맞으면 미국 FDA 연구원 피셜 4~5년이 지나도 먹는 게 가능하다. 당신의 가엾은 비타민이 아직 유용한지 보려면 아래의 조건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1. 뜯지 않아야 할 것
가장 중요한 건 처음 포장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먹다가 중간에 넣어놨다면 그 제품은 버리는 것이 맞다. 반대로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로 보관했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
2. 습기 없는 곳에 보관했을 것
왜 뜯지 않는 것이 중요할까? 바로 비타민, 영양제들이 습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습기 없는 곳에 포장을 뜯지 않고 보관했다면 아직 멀쩡할 가능성이 있다. 많이들 착각하는 게 냉장고에 보관하면 습기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냉장고는 매우 습한 곳이다. 만약 냉장고에 넣어 놓은 채로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버리자.
3. 햇빛이 없는 곳에 보관했을 것
습기와 함께 조심해야 할 건 빛이다. 직사광선을 맞으면 영양제에 따라 다양한 변성이 일어나는데, 예를 들면 색이 누래지거나 반점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약간은 괜찮다. 하지만 그 상태로 몇 개월 이상 방치했다면 그냥 버리자. 못 먹는다.
4.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을 것
거의 모든 비타민, 영양제는 1~30°C 의 범위 안에서 보관해야 한다. 사실 어려울 것도 없는 조건이다. 집 안 서랍장에만 잘 넣어놔도 저 조건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가스레인지 옆이나 창가, 온돌바닥에 보관했다면 상했을 수 있으므로 버리는 게 맞다.
5. 오메가3는 그냥 버리자
다른 영양제는 몰라도 오메가3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그냥 버리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생선 기름이 주원료이다 보니 산패(썩음)가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메가3가 산패되면 비린내가 심해지고 색이 진해진다. 혹자는 버리기 아까워 이를 활용해 발 마사지나 손톱 마사지를 하면 좋다고도 하는데 어차피 냄새 맡아보면 바로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괜한 고생하지 말고 그냥 버리자.
당신의 가엾은 영양제가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했다 치자. 그러니까 빛과 습기가 없는 서랍장에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로 외롭게 앉아서 유통기한을 2년이나 지나버린 것이다. 이런 영양제들은 그럼 다 먹어도 되는 걸까? 글쎄. 앞서 오메가3 말고도 연질 캡슐(말랑말랑한 캡슐)이나 오일이 들어있는 영양제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오메가3 말고도 비타민D나 루테인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비타민C, 비타민B12는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굳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반대로 나머지 영양제들은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 특히 단단한 정제 형태의 영양제라면 최대 5년이 지난 제품도 별로 이상이 없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 가지 주의할 건 프로바이오틱스는 어떤 형태로 만들어졌든 유통기한이 지나면 크게 효능이 없다는 점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자체가 살아있는 유산균을 토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제대로 먹고 싶다면 냉장 보관이 가장 좋고 포장을 뜯는 순간 최대한 빠르게 먹어야 한다.
알겠지만 가장 좋은 건 영양제를 구매 후 바로 뜯어서 매일 먹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뜯었다면 최대한 그늘지고 습기 없는 곳에 보관하고, 그 상태로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과감히 버리자. 돈 아끼려다가 병원비가 더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