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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제야 들리는 몸의 소리

20. 조율(調律)

by FA작가

나는 어릴 적 마치 율동 같기도 한 고무줄놀이를 잘했다. 키가 크고 몸이 유연한 나는 늘 인기도 만점이었다.

그런데...

하루에 5000보 걷기도 어려워하는 지금 나의 몸은 굳어버려 다리를 쭈~욱 펴는 것도 어려워졌다. 필라테스를 할 때도 “조금만 더 내려가요!”라는 말과 손길에 아픈 비명을 쏟아내기 일쑤였다.

너무도 놀라운 것은 내 손을 뒤로 해서 내 발을 잡기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내 몸인데 내 몸 같지 않은 느낌!!

“45세에는 반드시 노안이 옵니다”라고 장담하던 안경집 사장님의 말처럼 나는 45세 노안이 와버렸다. 글자를 보기 위해 더 멀리 책을 놓고 초점을 맞추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원래도 난시가 있어 흐릿했던 글자들이 이젠 형체가 불문 명한 라인만 여러 개 보이게 되었다.

노안은 나의 생활을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는데..

제일 먼저 책을 내려놓게 만들고 그다음엔 문서를 끝까지 읽는 것보다는 머리에서 그동안의 경험으로 상황을 조합하는 것이다...

내 눈인데 내 눈 같지 않은 느낌!

하나씩 망가지기 시작했을 때는 나이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러 기관들의 S.O.S로 꼭 나이 때문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나이어도 45세에 노안이 오지 않은 친구.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어려운 안무를 모두 소화하는 에어로빅반 언니.

나는 너무 힘들고 아픈데 병원 검사에서는 별 이상 없는 이상한 병!!

내 몸은 자율신경계의 항상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알려주려 했던 것 같다.

그동안 나의 몸은 아주 스마트한 컴퓨터시스템으로 외부의 반응에 바로바로 반응하고 있었는데

언제부터 바로 반응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하다 손이 미끄러져 접시가 떨어져도 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책상 모서리를 지나가다 다쳐도 예전만큼 빠르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제 나는 의식적으로 내 몸의 불편함을 감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며칠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면서 움직이다 보니 별생각 없었던 자율신경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쏟아 넘쳤다.

"고마웠다... 무심한 나를 위해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아질 수 있다는 것!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꾸준한 스트레스 관리, 술과 카페인과 멀어지기, 복식 호흡과 운동!

좋다는 것을 하나씩 실행하다 보니 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다.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하는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물론 마음도 많은 것을 참았을 테지...


50이라는 나이는 앞으로의 건강한 삶을 위해 몸과 마음이 아름다운 조율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인 것 같다.

"잘해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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