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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의 끈, 나의 브런치스토리

20년 전의 습작, 브런치에서 다시 살아나 숨 쉬다

by 임경주




포기한 거 아니야, 절대로.

단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뿐이지.


글을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직장인이라 글을 꾸준히 써나기가 힘들어 잠시 내려놓고 당장 급한 일부터 처리하다 보니 글쓰기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을 뿐 포기는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쓰던 글을 포기하고 그 끈까지도 놓아 버린 습작들은 꽤 많다.

오죽하면 정나미가 떨어져 파일을 클릭해 여는 것조차 두려워 휴지통에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그대로 두었을까.

삭제만 하지 않았지 마음속에서는 이미 떠나보낸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아이가 자라 군대를 다녀오는 20년이라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글을 써냈고 공모전에 당선도 되고 출판도 하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


내가 방치한 그 습작들은 내 기억 속에서도 남아 있지 않았고, 노트북을 한 번 바꾸는 과정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어떤 날은 문득 그 습작들에게 쏟은 시간과 정성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게 느껴져 왜 그런 글을 쓴다고 마음고생만 했을까? 하며 자책도 했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거겠지. 라며 위로도 하게 된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한편 한편 글을 써나가며 글솜씨가 뛰어난 작가님들과 소통해 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미 버렸던 그 습작들이 너무 궁금해 노트북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파일삭제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으니 그 녀석들과는 진짜 끝이라 생각하고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습작들은 20년 전 나의 꿈이었고 그 꿈의 끈조차 완전히 끊어져 버린 나는 왜 지금에 와서야 포기했고 단념했던 짝사랑을 찾는 것처럼 그 녀석들을 다시 찾는 걸까?


브런치스토리는 나의 꿈의 끈으로 다가왔다.

포기했던 꿈을 다시 이어 주었다.

정나미 떨어져 파일을 다시 클릭하는 것조차도 두려워 내버렸던 그 습작들, 20년 전의 그 꿈들이 다시 브런치에 연재되며 강인한 생명력을 얻고 살아나 숨 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건,

포기하고 버렸던 그 습작들을 기적처럼 다시 찾아 확인해 보니 지금의 그 어떤 글보다도 굉장히 더 잘 써진 글이라는 것이다.


위소, 핫배지, 기와 혈의 시대.


내가 떠나 보낸, 너무 힘들어 외면해 버린 내 자식들의 이름이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며 끈조차도 놓아버렸던,

포기했던 꿈이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다시 살아나 숨 쉬고 있다.


나처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

좋은 글이 주는 힘을 믿는 브런치의 좋은 작가님들과 함께 포기했던 꿈들을 다시 펼쳐봅니다.


브런치스토리 10주년 축하합니다.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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