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땠을까
공중전화 부스에서 죽어가는 장국영을
주윤발이 병원으로 먼저 데려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양조위와 장만옥 둘 중 한명이라도 먼저 선을 넘었으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땠을까
등려군의 사인을 받고 좋아하던 여명이 눈앞에서 떠나갈 때 장만옥이 크락션을 실수로 누르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인연은 그걸로 끝났을까
유덕화가 마신 잔이 독이 든 잔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알란탐의 마지막 패가 로열 플래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성모마리아 아래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유덕화가 오천련을 홀로 두고 떠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게리쿠퍼가 잉그리드 버그만을 먼저 보낸 뒤 뒤따라 다리를 건널 수 있었으면 그게 마지막 키스였을까
오드리 헵번이 일국의 공주가 아니었으면 그레고리 펙은 사랑 고백을 했을까?
차가운 바다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케이트 윈슬렛과 함께 같이 살아남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브래들리 쿠퍼가 애완견에게 마지막 먹이를 주고 그대로 차를 몰아 떠났으면 어땠을까
시장통에서 주인의 막무가내 사랑고백을 주성치가 받아주었으면 어땠을까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가 타려고 했던 비행기가 시동이 걸려 프로펠러가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전도연이 연탄재 옆에서 주저앉아 오열할 때 김남길이 돌아왔으면 어땠을까
더스틴 호프만과 캐서린 로스는 버스 뒷좌석에 앉아 웃다가 찾아온 현타를 극복하긴 할까?
소피아 로렌이 차라리 남편을 찾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어린 시절 브라운관을 꽉 채웠던 끝도 없는 해바라기는 나에게 무슨 의미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그랬으면 정말 어땠을까
난 어땠을까?
시골 친구를 계속 만났으면 그 친구와 결혼했을까?
록키에서 실버스터 스탤론이 힘든 경기를 끝내고 아드리안 연인의 이름만 애타게 찾아 부르던 장면처럼
나도 그렇게 애타게 그 친구를 찾아 불렀으면
어땠을까
그녀는 돌아왔을까?
사진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