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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서명 Part2

그녀의 심리 싸움

by 임경주



강아지도 안다.

주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감정을 실어 툭 때린 것인지 아니면 예뻐서 툭툭 건드리는 것인지.

가영은 돌아가지 못했다. 그녀가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실려있었다. 듣는 자들은 안다. 서명을 위한 두드림이 아니다. 서명할 생각이 전혀 없다.


문 열어!


철문이 열렸다. 하지만 정해인이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그래서 서명을 하겠다는 겁니까?

무턱대고 서명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요?

하나도 안 웃깁니다. 서명을 하실 거면 들어오시고 안 하실 거면 오셨던 길 그대로 되돌아 집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렇게는 못하겠네요.


가영이 해인의 어깨를 밀치고 막무가내로 들어와 피의자 앞에 섰다. 가영의 요구대로 물고문을 받고 있던 피의자가 풀려나 취조용 책상 앞에 앉았다. 가영과 다시 마주 앉았다. 상대는 이미 실성했다. 미친놈처럼 실없이 웃기만 했다.

다시 초능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이름 박휘순. 서류를 통해 피의자의 이름을 확인한 가영이 머리를 풀어 정리한다. 피의자가 힐끗 보는 순간 가영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묶었다. 이것은 상대에게 나의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휘순 씨.


휘순이 대답은커녕 고개를 돌린 채로 가영을 보지도 않는다.


저 보세요. 박휘순 씨.


여기까지다. 더 이상 말하면 안 된다. 가영은 기다린다.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해인도 뒤에서 가만히 지켜만 본다. 저 여자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야?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조급함은 실책을 부른다. 기다려야 한다. 상대는 알고 있다. 똑바로 보고 있다는 것을.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선거가 한 달 남았다.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가영이 서류에서 확인했었다. 이 지독한 안기부 새끼들은 이경영의원을 국보법을 위반한 빨갱이로 까지 엮어둔 상태다. 가영이 사인을 하면 안기부는 국보법 위반을 가져가고 마약카르텔과 살인교사는 대검 중수부가 사건을 이첩받아 불체포특권이고 뭐고 현직 의원을 상대로 구속기소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 이경영의원은 공판을 통해 실형이 확정된다. 최소 무기징역이다. 항소도 소용없다. 박휘순도 마찬가지다. 믿고 있던 동아줄까지 끊어진다.

그러니 침을 뱉고 그냥 가라 제발. 나의 지옥은 한 달 남았다고 소리 없이 외치고 있는 것이다.

가영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 때다.

휘순이 가영을 보는 대신 두 손을 신경질적으로 책상 위로 올렸다. 수갑이 채워져 있다.

상대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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