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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27. 2015

사랑 4

짝짝짝

짚신도 짝이 있었다.
수저도 가위도 바퀴벌레도 안경알도 콧구멍도 자기와 꼭 닮은 제 짝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짝이 꼭 저와 같아야 하는 건 아니다. 수저와 젓가락도 한 짝이다.
젓가락과 젓가락이 한 짝 일 때보다
수저와 젓가락은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실과 바늘도 그렇고




그러니까 그들의 다름은 보다 더 완전한 짝이 되게 해주는 미덕인 셈이다.


그녀는 그들이 바로 수저와 젓가락이라고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의 모자라는 부분을 보듬어줄 수 있을 거라고, 각자가 연애에 기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그와 그녀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들이 포크와 젓가락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그들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달랐으면서도 같은 것을 결핍하고 있었다.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그들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그 결핍에 대한 공통의 감각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포크와 젓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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