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이론
48분째 묵묵 부답인 남자를 쳐다보다가
여자는 자신의 치맛자락을 꼬집듯 움켜쥐었다.
야자수 이파리가 그려져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다
스물다섯의 여자는 열일곱 소녀들이 마치 이름으로 엉터리 궁합을 보는 심정으로 마음속에서 잎을 한 장씩 떼어내며 사랑과 안사랑을 읊었다.
아! 끝은 '사랑하지 않는다'였다.
덜컹하는 마음에 다시 야자수 잎을 세어보니 그 줄기에 이파리가 총 18장이었다.
그러니까 끝이 '사랑한다'로 끝나려면 맨 처음이 '사랑하지 않는다'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사랑한다'로 시작하는데?
결국 사랑은 잎사귀 점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몇 개인지 모를 무수한 이파리를 가지고 사랑한다고 운을 뗀 후에 한 잎씩 떼어 내는 것
그리고 18번째 이파리가 사랑하지 않는다로 끝날 줄은 차마 모른 채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