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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27. 2015

사랑 3

잎사귀 이론

48분째 묵묵 부답인 남자를 쳐다보다가

여자는 자신의 치맛자락을 꼬집듯 움켜쥐었다.

야자수 이파가 그려져 있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스물다섯의  열일곱 소녀들이 마치 이름으로 엉터리 궁합을 보는 심정으 마음속에서 잎을 한 장씩 떼어내 사랑 안사랑을 읊었. 

! 끝은 '사랑하지 않는다'였다. 

덜컹하는 마음에 다시 야자수 잎을 세어보니  줄기에 이파리가  18장이었다. 

그러니까 끝이 '사랑한다'로 끝나려면  처음이 '사랑하지 않는다'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사랑한다'로 시작하는데?


결국 사랑은 잎사귀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개인지 모를 무수한 이파리를 가지고 사랑한다고 운을 뗀 후에 한 잎씩 떼 내는 것

그리고 18번째 이파리가 사랑하지 않는다로 끝날 줄은 차마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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