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햄버거가 먹고 싶었다

by Shin Huiseon


그는 햄버거가 먹고 싶었다. “저녁으로 햄버거 먹자.” 그가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도 그러자고 했다. 그의 아내는 그의 뜻대로 잘 따르는 편이었다. 순종적인 것과는 달랐다. 그가 그의 뜻대로 한 가지라도 더 하면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한 가지를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그는 차를 몰았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그 옆에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가 있어서 편리했다. 그때 아내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의 아내가 전화를 끊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아빠가 고기를 사주신대.” 장인어른은 혼자 살고 있었다. 심심하면 그들 부부를 불러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 그분의 낙이었다. “그래, 고기 먹으러 가자.” 그는 차를 돌렸다. 그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단 고기를 굽는 것이 귀찮고 잘못해서 고기가 타면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이 싫었다. 그는 깔끔한 성격이고 식탐도 별로 없었다.

그는 아침밥을 최대한 간단하게 먹었다. 보리차에 밥을 말아먹는 것 정도가 다였다. 김치도 필요하지 않았다. 먹기 간편하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음식이면 되었다.

그는 회사에서 점심메뉴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 그는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소극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단지 나서는 것이 귀찮았다. 평소 그는 점심메뉴로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었다. 그의 주장으로 점심메뉴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햄버거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까)

퇴근 무렵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 부부가 놀러 온대.” 아내의 동생 부부는 경기도에 살고 있었는데 놀러 다니기를 좋아했다.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지만 처제 부부에게는 아이가 있었다. 식당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만나는 것이 더 나았다.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와 처제 식구는 아구찜을 먹고 있었다. 그는 술을 잘 못 마셨지만 아내를 포함한 처가 식구들은 모두(아기를 제외하고) 술을 잘 마셨다. (아기가 크면 아마도 그보다 술을 잘 마실 것이다) 그는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술을 한 잔 마시면 얼굴이 빨개졌고 머리가 아팠다.

다음 날도 그는 아침 식사로 밥에 물을 말아먹었다. 보리차가 없어서 생수에 물을 말았다. 아내는 그가 밥에 물을 말아먹는다는 걸 알고 콩을 넣어서 밥을 했다. 영양소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콩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냥 먹었다.

그에게는 점심메뉴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다. 선택하지 않다 보니 선택권이 없어진 상태였다. 점심메뉴는 주로 여직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했다. 하지만 남자들이(그를 제외하고) 햄버거로 점심을 먹지 않는다는 걸 알고 점심메뉴에서 햄버거는 제외되었다.

​그는 퇴근하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다른 약속이 없지?” 아내는 “언니 부부가 방문한다고 말했잖아.” 하고 말했다. 그는 약속을 잊고 있었다. 아내의 동생 부부와 언니 부부가 24평 아파트에 다 같이 모였다. 거실에서 티브이와 소파가 있는 곳은 아이들이 점령했고 어른들은 싱크대와 냉장고 앞에 상을 두 개 이어서 펼쳐놓고 모여 앉았다. 보쌈과 족발을 주문했다. 한 가지를 주문하면 음식이 부족할 것 같았다. 아내는 요리솜씨가 좋지 않았다. 처형은 술을 무조건 섞어 마셨다. 아내의 남동생도 왔다. 처남은 술집 지배인이었다. (자기 적성을 잘 찾은 경우라고 했다)

"자기가 며칠 전부터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도대체 며칠 째야? 아직도 못 먹었잖아.”

아내는 그가 햄버거가 먹고 싶은데 며칠 동안 먹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햄버거가 이제 먹고 싶지 않다고 거짓말을 했다.

“햄버거가 우리 가방 안에 있어.”

처형이 말했다. 기차에 타기 전에 햄버거를 샀는데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처형은 굳이 가방을 가져와서 햄버거를 꺼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찌그러진 햄버거에서 쉰내가 진동을 했다.

다음 날은 드디어 아무 약속도 없는 휴일이었다. 아내는 그의 손을 꼭 잡고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비가 오고 있었다. 그는 아내와 영화를 예매해 놓고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그는 주차공간이 넓은 백화점으로 운전해 갔다. 빗소리가 상쾌했다.

주차를 마치자 “우산을 가져갈까?” 아내가 그에게 물었다. “아니, 필요한 건 여기에 다 있는데.” 백화점의 6층은 영화관이었고, 1층에는 롯데리아가 있었다. 우산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의 손을 잡고 가볍게 걸어서 영화관으로 올라갔다. 순조롭게 영화 예매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갔다. 사람들이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천천히 구경하며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롯데리아가 없었다. 대신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었다. 그와 아내는 스타벅스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빗소리는 더 거세졌고 우산은 차에 있었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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