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랑, 아픈 기도

누가와 함께 걷는 기다림 (23)

by 교회사이

기다리며 읽는 누가복음서, 대림절 네 번째 주 월요일


“다른 죄수 두 사람도 예수와 함께 처형장으로 끌려갔다. 그들은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서,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달고, 그 죄수들도 그렇게 하였는데, 한 사람은 그의 오른쪽에, 한 사람은 그의 왼쪽에 달았다. 그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아서,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백성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고, 지도자들은 비웃으며 말하였다. ‘이 자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그가 택하심을 받은 분이라면, 자기나 구원하라지.’ 병정들도 예수를 조롱하였는데, 그들은 가까이 가서, 그에게 신 포도주를 들이대면서, 말하였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라면, 너나 구원하여 보아라.’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는 유대인의 왕이다’ 이렇게 쓴 죄패가 붙어 있었다. 예수와 함께 달려 있는 죄수 가운데 하나도 그를 모독하며 말하였다. ‘너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여라.’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똑같은 처형을 받고 있는 주제에,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우리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에 마땅한 벌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지만, 이분은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다.’ 그리고 나서 그는 예수께 말하였다. ‘예수님, 주님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누가복음서 23:32-43)


WP_20170622_031.jpg photo by noneunshinboo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예수께서 하신 가장 가슴 절절한 아픔의 말씀이고, 가장 가슴 먹먹한 사랑의 말씀이고, 가장 가슴 시린 용서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너무 아픈 사랑이고, 너무 아픈 용서입니다.


“예수님, 주님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사람이 하는 가장 아픈 고백이고, 가장 절실한 간청이고, 진짜로 끝에 선 기도입니다.

그래서 너무 아픈 고백이고, 너무 아픈 기도입니다.




‘용서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용서받은 죄인’입니다.

참 아픈 관계입니다. 참 용서의 관계입니다. 참 사랑의 관계입니다. 끝에 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 예수께서 끝에 선 한 죄인을 받아 안으십니다. 우리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주님과 죄인은 절망과 죽음의 끝에 선 관계가 아닙니다. 희망과 부활을 함께 시작하는 관계입니다.




끝으로 끝으로 더 이상 미루어만 두지 말고, 너무 아플 그때까지 미루지만 말고, 너무 늦은 그때까지 기다리지만 말고, 지금 오늘 여기서 그 새로운 관계를 우리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아픈 사랑, 아픈 용서, 그리고 아픈 고백, 아픈 기도. 아프지만 끝을 맺고 우리 새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매듭이 없이 잘 자라는 관계는 없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이미 시작했다면 지금 그 관계를 더욱 깊게 단단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관계의 시작을 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마냥 그 시작을 미루어 둘 수만은 없습니다. 끝도 시작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계속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이대로도 괜찮다 하는 그런 관계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대로도 괜찮은 관계는 얼마를 가지 못해 끝이 날 관계, 끝이 잠시 유보된 관계일 뿐입니다.


관계는 깊어지던, 아니면 다시 시작하던 해야 합니다.


WP_20180624_018.jpg photo by noneunshinboo


대림절, 주님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기에, 그 관계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하기에 아주 좋은 때입니다.


혹여 그 관계를 새로 시작하는데, 그 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데 빈 손으로 기다린다, 성의 없다 하실까 싶어, 그래서 내 앞에서 발길 돌리실까 싶어, 이것저것 바리바리 쌓아 놓고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 아닙니다.

오히려 내 손에 움켜 쥔 것, 내 맘 속에 꼭 담고 있는 것 다 내려놓고 기다리면 됩니다.


“주님, 우리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우리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주님,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우리를 기억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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