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휴직 회고,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어느덧 복직날이 다가왔다. 원래 나의 복직날은 1월 27일이었다. 그런데 그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복직날짜가 당겨졌다. 1월 23일 목요일. 회사를 다닐 때 임시공휴일은 대환영이었는데.. 이것 때문에 복직날이 당겨지니 싱숭생숭하다. 복직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복직한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는데, 복직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내가 예민해짐을 느낀다. 육아휴직 중 책을 읽으면서 마음공부와 동기부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의 쌓인 난제와 그때의 생활이 떠오르니 갑자기 답답하다. 육아휴직 때 아이들과 함께 했던 많은 경험들. 함께 조깅하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 먹고, 세미나를 했던 일을 회사를 다니면서도 과연 할 수 있을까? 계속하고 싶은데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독서와 사색을 통해 마음공부가 많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육아휴직을 처음 시작할 때, 내가 정했던 목표를 되돌아본다. 나는 과연 처음 육아휴직의 목표를 향해 1년이라는 시간을 잘 보냈을까?
첫 번째로 회고할 주제는 목표설정과 독서습관이다. 육아휴직 중 나는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세미나를 했다. 세미나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순전히 나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휴직 중에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다. 과학, 철학, 심리, 미술, 자기 계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읽었다. 덕분에 우리 집 책장은 포화상태가 되었고 거실 한편에는 책장에 들어가지 못한 책들이 점점 쌓여갔다. 늘어나는 책만큼 나의 지식도 늘어날 줄 알았는데.. 읽을 때는 재밌게 읽었지만 돌아서면 머리에 남는 게 없었다. 특히 과학서적은 더욱 그랬다. 과거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획득한 지식을 보다 오래 기억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은 책의 내용을 나의 언어로 정리하여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책을 통해 입력한 내용을 누군가에게 출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나의 지식을 출력할 희생양(?)이 되었다. 내가 회사사람들이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양자역학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가슴 가득 설렘을 안고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세미나를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둘째 현수는 '세미나가 뭐야?'라고 물었다. 세미나는 특정 주제에 대해서 발표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모임 같은 거라고 설명해 줬다. 그렇게 세미나가 뭔지도 몰랐던 둘째 아들까지 총 3명이서 일주일에 2번, 각자 10분씩, 본인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작할 때는 과연 이 세미나가 제대로 될지 확신이 없었는데, 예상보다 아이들을 발표하는 것을 좋아했다. 정확히는 말하는 걸 좋아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자전거 브랜드 이야기, 읽었던 소설 줄거리, 공부하고 있는 일본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아이들은 발표했다. 10분 시간제한을 두지 않았다면 세미나가 엄청 길어질 뻔했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먼저 세미나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세미나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아이들의 주제는 소진되었다. 결국은 입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출력이 나온다. 그렇게 우리의 세미나 형태는 조금씩 진화하게 되었다.
나는 주 2회 하던 세미나를 매일 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대신 셋이서 10분 동안 독서 후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을 뽑아 발표하는 것으로 형태를 변경하였다. 이렇게 하면 전체 세미나 시간이 20분을 넘지 않는다. 시간적으로 부담이 없어 매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을 길러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우리의 세미나에는 하나씩 무언가가 추가되었다.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한 문장으로 글로 쓰기. 긍정의 한 문장 쓰기. 나의 목표 쓰기, 다음날 할 일(체크리스트) 등이다. 매일 저녁 8시 반이면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아 세미나를 한다. 아이들이 싫증을 낼만한데 기특하게도 크게 짜증 없이 아직까지는 잘 따라준다. 아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세미나를 통해 나는 아이들에게 독서습관과 목표설정 습관을 길러주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루 10분 책을 읽는 세미나는 복직 후에도 계속할 예정이다.
청소는 내가 있는 공간을 사랑하는 행위이다. 복직 전날 나는 아이들과 집안을 다시 한번 더 정리했다.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읽지 않는 책, 쓰지 않는 장난감, 책상, 의자 등을 나눔 했다. 이 밖에도 필요 없는 물건들을 내 기준으로는 많이 버린 것 같다. 나는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의 성향은 내 주변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휴직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한 잔소리가 '정리하자' 였던 것 같다. 그 결과, 휴직 전 대비, 아이들과 내가 있는 우리 집은 정말 많이 정돈되었다. 복직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더 청소한 우리 집은 더욱 깨끗해졌다. 앞으로 회사일에 보다 더욱 집중하기 위한 나만의 복직준비이다.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목표는 건강관리이다. 나는 육아휴직을 통해 더욱 건강해졌다. 휴직기간 동안 거의 매일 4~5km 조깅을 했으며, 근력운동도 꾸준히 하였다. 가공식품도 최대한 멀리했으며, 직접 요리를 해서 건강하게 먹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휴직 중 건강검진에서 나의 신체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7살이나 어리게 나왔다. 덤으로 나의 요리실력도 일취월장했다. 휴직을 통해 건강과 젊음(?), 그리고 요리실력을 얻은 것이다. 나는 휴직기간 동안 큰아들과 함께 거의 매일 아침조깅을 했다. 이제 아들은 혼자서도 나가서 종종 달린다. 요즘은 아들과 운동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아들과의 공동목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철인 3종 도전하기'이다. 함께 매일 달리다 보니 마라톤에 도전하자는 말이 나왔다. 그러다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아들은 철인 3종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버킷리스트에 철인 3종 도전하기가 있기 때문에 아들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나는 행동력이 무척 빠르다. 바로 2025년 마라톤일정을 검색하고 등록을 했다. 우리의 첫 도전은 3월 23일 금산마라톤 하프코스이다. 차근차근 마라톤부터 시작해서 수영과 사이클까지 3년을 목표로 함께 도전하려고 한다.
도전은 언제나 즐겁다. 마라톤 등록을 하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예전에는 혼자 했던 도전을 이제는 아들과 함께 하니 더욱 신난다.
육아휴직은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취미부자이다. 육아휴직동안 여행, 독서, 글쓰기, 요리, 운동, 피아노연주, 그림 그리기 등을 마음껏 했다. 그로 인해 내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풍성해졌다. 무엇보다도 늘 공부와 일에 치여서 뒷전이었던 육아에 오롯이 집중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육아휴직 시간은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이러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깊은 감사함을 느끼며 복직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오늘도 힘찬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