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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 인터뷰

매일줄넘기181일째

by 샤인진

Thing신문사의 기자님이 찾아왔다.

Thing신문은 물건들 세계에서 우리나라 두세 번째 구독자를 보유한 신문사이다.

내가 아닌 줄넘기(꿈줄)와의 인터뷰 약속을 요청하셨고 오늘이 그날이다.

꿈줄의 인터뷰 내용을 Thing신문에 기재하고 싶다고 하셨고 노란색명함을 건네받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인터뷰는 처음인지라 꿈줄과 나는 설렘으로 보이는 긴장감이 목을 계속 마르게 했다.

기자님과 꿈줄은 자그마한 검은색 테이블에 앞에 모였다. 꿈줄은 이편에 기자님은 저편에 마주 보며 앉았다. 꿈줄 살짝 뒤에 나도 자리를 잡았다. 나는 인터뷰 중 무슨 일이던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긴장감의 더듬이를 뽑아 놓고 있었다.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Thing신문사의 오기자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꿈줄입니다. 제가 도움이 될만한 인터뷰의 기사거리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떨리기도 하지만 질문에 솔직하게 그리고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꿈줄의 목소리는 예열 없이 조금은 뻑뻑한 진동으로 나왔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있었다.)


꿈줄님의 일상이 모든 물건들(Things)의 삶에 희망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드리게 되었습니다. 요즘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아. 정말요? 너무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음... 어찌 보면 방대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저는 요즘... 하루하루가 선물이고 축복입니다.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선물을 받았다 생각합니다. 더 표현하자면 사실, 내일 죽는다 해도 후회가 없을 만큼 행복하고 바쁩니다."


꿈줄님의 목소리와 표현에서 꽐꽐 쏟아지는 큰 행복이 느껴집니다. 무엇이, 어떤 점이 제일 행복하신가요?

"음... 살아있음... 제가 '살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이 충만함입니다. 하루를 보내면 보람이라는 부드러움이 일렁입니다. 그것이 가득가득 채워져 물속에 있는 듯 잠도 아주 잘옵니다.

샤인진이 창고에서 저를 발견하고 제 몸이 들어 올려졌을 때 그때의 호흡... 그렇게 큰 떨림과 존재감으로 붕 뜨는 생명력의 기분은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 몹시 흥분되었고 한 편으로는 밖의 세상이 겁났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다시 이곳에 처박히거나 다른 곳에 버려지는 것은 아닐지 두려웠습니다.

지금은 샤인진에게 도움을 주는 쓸모 있는 Thing이고, 샤인진과 함께 항상 동행합니다. 저는 세상을 여행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는 강한 긍정의 기운이 저를 기쁘게 해 줍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쓰임의 빈도가 많은 것 같아 놀랍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겉모습 또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처가 많이 보이는 듯합니다. 여기 Thing의 세계에서 몸의 상태는 아주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 요소에 따라 Thing의 운명이 좌우되는데 몸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오기자는 오른쪽 밑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꿈줄의 구슬들 안위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구석구석 살폈다.)

"맞아요. 보시기에 몸 상태는. 하하하. 지금 중심부의 삼분의 일 정도는 닳고 갈라지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계속 벌어지고 있고요.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Thing에게는 고통이 없다는 거죠.

다만 인간은 고통을 느끼기에 마음 아파하는 샤인진에게 그냥 사그라드는 것이 아닌,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잠드는 뿌듯한 마음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꿈넘기2-12화연재)

이것이 제가 할 일이고 그러기 위해 태어났기에 제 모습에 전혀 개이치 않습니다. 오히려 저를 부러워하는 Thing님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제대로 쓰이고 닳고 있는 꿈줄님을 소식을 듣고 Thing 님들이 많은 부러움과 응원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 꿈줄님을 뵈러 왔고요.


마지막으로 Thing님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지요.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만들어지고 한 참이 지나서야, 돌고 돌아 지금 샤인진 곁에 왔지만 좋은 주인을 만난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 즐거운 쓰임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물건으로 태어났습니다. 쓰임을 받아야 행복합니다. 그러니 필요한 사람이 우리를 만나야 합니다. 단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지금 고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Thing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마시고 절대 포기 마세요. 모두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훌륭한 쓰임을 소중히 생각하는 주인을 만나 반드시 쓰임의 행복을 누리시고 떠나시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라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Thing님에게 희망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기자는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나와 꿈줄이 함께하는 영상도 담았다. 그리고 감사를 표하며 처음 만났을 때보단 온화해진 얼굴로 인사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나는 혼자 생각에 잠겼다.

꿈줄의 이야기를 듣고 반성했다.

물건들의 삶을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새로운 생각의 경험이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쓰이지 못하고 죽는 물건들은 평생 창고라는 어두운 감옥에서 한 번이라도 맑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빛을 볼 기회도 없다. 얼마나 쓸쓸한 물건생을 보내고 갈까...

일본 대지진 때 물건들은 집안의 흉기로 돌변하여 집주인을 공격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쓸쓸한 것들이 그동안 잊혀있음에 분노하듯, 성이 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후 일본은 내가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으로만 지내는 미니멀라이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세계는 대량생산의 시대이다. 이로 인해 넘처나는 물건들과 환경문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으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미미한 것 같다.

물건들도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기에 그 물건이 정말 필요할 때, 잘 쓸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을 때 물건을 맞이해야겠다. 그리고 물건들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소중하게 쓰일 수 있도록 일상에서 물건들을 관찰하는 습관을 길들여야겠다. 물건과 사람을 이어주는 thing사잇꾼이 되어야겠다.


꿈줄에게 things의 소중함을 배우는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난 꿈줄은 긴장이 풀렸는지 한동안 빨간 주머니 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그 모습이 더없이 예쁘다... 고생 많았어. 푹 쉬고 내일도 파이팅하자.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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