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줄넘기184일째
금요일
출근 전 7시. 500개 언저리.
14시 50분 회사, 포동포동 찌뿌둥이 찾아온다.
화장실 가자. 줄 가지고 간다.
연속 250개.
종아리의 근육들이 "나,나!나!" 하면서 번쩍번쩍 손 든다.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안 해본 사람 모른다.
최소시간으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은 줄넘기다!
토요일
아침 6시 50분. 영하 온도.
누가 땅에 얼음으로 얇은 막을 입혀놨다. 아주 반짝반짝하다.
"브릉" 부지런한 차 한 대가 빨간 반딧불 엉덩이를 밝히며 나간다.
하얀 테두리 네모칸. 네모칸은 무광이다.
그 안으로 쏙 들어가 줄을 돌린다.
모두가 일부러 잠든척하고 있나 보다 너무 조용하다. 내숨과 줄숨소리만 들린다.
갑자기... 눈물방울이 눈밑에 이슬처럼 동동 맺힌다. 누가? 뭐가? 나를 건드렸지?
줄을 다 돌릴 때까지 방울이 생긴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억눌린 방울이 태연한 척하는 콧물이 되어 단물처럼 흘렀다.
나는 그 단물을 힘껏 '흡'마시며 줄넘기를 마쳤다.
일요일
아침 7시, 공기도 녹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추워서 전투적으로 윙윙윙 돌렸었는데...
오늘은 조금 여유로워진 줄, 벗고 싶은 마스크.
풍경은 똑같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공기는 미세하게 따뜻한 맛이 난다. 나는 그 맛이 느껴진다.
폴짝이는 중에 봄이 올 것을 상상하니 마냥 행복하다.
줄넘기 덕분에 귀한 계절의 이음새를 느낀다.
월요일
능수능란 돌린다.
복근을 순간 잡았다 놔준다.
괄약근도 모았다 펴준다.
혼신의 줄을 돌리고 눈을 감고 모든 근을 쫙 뺀다.
이때! 기분 몹시 최고!
중력이 나에게서 빠져나가듯 아주 좋은 기운만 남아 손 끝까지 배달된다.
손톱밑 살이 간질간질 지잉... 하다.
작은 보람이 들어온 느낌이랄까!
화요일
미지근한 물 한 컵 거하게 들이켜고 돌린다.
첨벙첨벙 어디서 물장구 소리가 난다.
고개를 내린다. 무슨 소리지?
배 속에서 장들이 물 한 컵으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군.
포도가 껍질 벗기고 나오듯 무채색 발효기체를 내보낸다. 뽀옹.
므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