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금주(金作)142일째
몇 달 전부터 친구와 여행 계획을 세웠고 그날이 왔다.
차 막힐까 부지런을 떨었다. 2시간 정도 걸려 만남장소에 일찍 도착했다. 어디 지역에나 있는 감사한 도서관.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전경과 그 안으로 들어오는 힘 가득한 봄햇살이 가뜩이나 설레는 마음을 더욱 부추겼다.
그렇게 책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고등학교, 대학교를 함께 보냈다. 학생의 신분으로 7년을 함께한 사이.
운동선수출신인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색이 다른 학생의 시간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전국 이곳저곳에서 훈련과 시합, 합숙을 했고 한 공간의 방 생활을 한터라 그 나이에 경험해보지 못할 시간들을 많이 보냈다. 그렇게 농도짓은 동기애와 끈끈한 추억들이 많다. 우리는 20년의 세월 동안 지금까지도 서로 튀지 않는 배려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절친이다.
자신의 주량을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이 지나고
대학생이 되었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과 술을 조금씩은 마셨다. 그래서 내가 술을 어느 정도는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이미 성인이 되기 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는 엄한 집안의 분위기 탓에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술을 처음 접했다.
친구의 주량을 눈으로 직접보고 나는 놀랐다. 그리고 본인은 더 놀랬다.
친구는 술을 아주 잘 마셨다. 그렇게 우리는 공식적으로 술을 먹을 수 있었으므로 이따금씩 한잔을 하곤 했다. 와인, 맥주, 소주, 막걸리 등 종류는 가리지 않았고 즐겼다.
대학생시절. 이런 날도 있었다.
친구 집 근처 와인바에서 서로 와인을 각 한 병씩 마셨는데 아쉬웠다. 아쉬움이 밀려오는데 친구 부모님께서마침 여행 중이셨다. 아주 가볍고 신난 발걸음이 우리를 친구집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도착하자마자 친구는 술만 진열되있는 고급 유리문을 양손으로 과감하게 활짝 열었다.
여러 색으로 반짝반짝 오차 없이 줄 세워져 있는 술들에 사람이 기가 눌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비싼 몸임을 과시하고 있는 술 중에서 친구는"이거다"하며 과감하게 술 마개를 돌렸다. 플라스틱 비틀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났다.
발렌타인 31년 산의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우리는 스트레이트잔에 그 귀한술을 맛도 모르고 마셔...재꼈던...추억이 있다.
그때는 술맛도 몰랐을뿐더러 와인을 먹고 취해 무슨 술 인 줄도 모르고 마셨다.
지금 생각하면 잘못했다. 한참을... 잘못했다.
그 후 친구는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 어찌어찌 넘어간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도 죄송하다.
뭘 모르는 바보가 더 무서운 것이 맞다. 발렌타인을 소주대하듯 마셨으니 술에게도 미안한 행동이였다.
친구와 나는 이렇게 소소한? 술의 추억이 많다. 그래서 나의 금주를 제일 아쉬워하는 친구이기도하다.
금주가 아니었다면 벌써 저녁을 먹으며 한잔을 걸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친구는 나를 위해 좋아하는 와인을 쉬기로 했다.
그런 친구를 위해 나는 과일을 준비했다. 샤인머스캣과일주와 천혜향위스키를 만들었다.
산 뷰가 끝내주는 호텔에서 우리는 초록와인과 주황위스키를 건배했다. 친구는 신박한 생각이라며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다. 우리는 우아하게 과일주를 먹었다. 오랜만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호텔 안에 있는 멋진 사우나도 할 수 있었다. 37.5도의 맑은 탕에서 한 시간 넘게 발장구를 치며 몸도 지지고 이야기도 지졌다. 따끈하게 몸을 녹이며 추억도 녹였다. 세상 행복했다. 다음날 세상 개운하게 6시에 일어나 헬스장으로 가 운동을 하고 친구와 7시에 모닝 커피타임을 가졌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여행 내내 맑은 정신으로 새로운 곳에서의 다양한 감각을 느꼈다.
나의 금주의 고행을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친구.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고마운 친구 덕분에 오늘도 금주의 하루가 순조롭게 플러스 되고있다.
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