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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속마음

해맑금주(金作)149일째

by 샤인진

독이 있는 생명체들.

거미, 뱀, 전갈, 해파리 등 독이 있는 동물과 곤충들을 보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을 품고 있다.

이 생명체들은 독이 없으면 너무나도 얇디얇아 하찮게 흩어지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 같다는 듯이 몸집에 맞지 않게 가지고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신비로울 만큼의 강한 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위협을 느꼈을 때 그 독을 상대에게 주입한다.



갑자기 하루는 술이 그런 생명체와 비슷해 보이는 현상이 내 눈앞에 그려졌다.

술이 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하찮은 액체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싶은 듯 현란한 쓴맛과 맑고 맛있어 보이는 색으로 위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비한 기운으로 혼자 테이블에 있는, 심심해 보이는 술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드디어 무료함이 끝났다는 듯 내 마음을 읽으며 술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맞아. 나는 사실 증발되는 나약한 존재. 내가 존재하려면 독을 가질 수밖에 없어.

독마저 없다면 사람들이 나를 보지도 찾지도 않을 거야. 그래서 두려워." 하며 조용조용 자신감 없는 듯 얘기하다 점점 도도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독은 사람들을 중독시켜 나를 찾게 만들고 있어 이러다 세상까지 지배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어때! 나 대단하지!" 하며 어느새 잔 가득 넘치게 흐르며 으스되고 있었다.

그 으스됨은 계속되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금요일이 되길 바라고 나를 기준으로 음식을 골라. 나 때문에 파티를 열고 나 때문에 모든 것을 재처두기도하고 나를 위해 본인마저도 맡기지.

나를 위해 인간들이 존재하는 것이지 하하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를 거야.

이 사실을 알면 사람들이 돌아설 수 있으니 철저히 이슬처럼 맑게 위장해야지!

이 사회도, 세상도 나로 인해 나라를 꾸려갈 정도로 나를 비싼 존재로 만들었어. 나에게 세금을 붙이고 나를 먹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지. 그건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그 싫지 않은 흐름을 타고 나는 합법적으로 통과된 유일한 마약이 되었지."라고 하며 우쭐대는 속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발설해 버렸다는 듯 어색하게 출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니 분했다.


술의 속마음을 알게 되니 깨닫는다.

술을 먹으며 나를 잃으면 안 되겠구나.

술에 치이고 휘청대는 삶을 살면 안 되겠구나.

나의 시간을 술로 새어나가게 해서는 안 될 일이구나.

술을 먹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아닌, 안 먹으면 '왜?'라는 꼬리 물리는 사회가 아닌, 몸을 해치지 않고 조절하며 건강한 술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사회가 필요하겠구나.


과한 술을 우리에게 중독을 가져다준다.

나는 그 독을 조절대신 끊기를 선택한 것이고 그 독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는 중이다.

내가 조절할 수 있다면, 술 위에 나를 둘 수 있다면, 서로 상생할 수 있다.

없다면! 술 밑에 내가 있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럼 끊자.

그 독을 다룰 수 있다면 그 동물을 만져도 된다.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독을 이겨낼 수 없다면 과감해져 보자.

술이 나를 웃음거리로 나를 아무것도 아닌 낮은 존재로 만들려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에 대한 대비와 묘수를 생각해 놓고 행동해야만 한다.


질문으로 마무리해 본다.

술아 너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기 위해 태어났어?

술아 너는 무엇이 두려워서 독을 가지고 태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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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 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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