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금주(金作)-156일
몸에 제주도 한라산 속 계곡물 흐르듯 퍼진다.
원두가 온몸으로 에티오피아 커피나무향과 함께 퍼진다.
빨간 잎에서 나오는 맑고 선혈 같은 꽃잎이 온몸을 순회한다.
내 몸에 들어와 좋다.
17도의 알코올이 내 몸 구석구석 구경하고 자취를 남기고 떠난다.
내 몸에 들어와 그리 좋지는 않다.
술 냄새 폴폴 풍기는 사람이 아니라 맑디 맑은 깨끗한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금주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바로든다.
과거로 돌아가본다.
날씨. 더워서 맥주를 찾고 추워서 소주를 찾고 비 오면 막걸리는 찾았다.
상황. 술을 좋아했고 하루의 보상으로 맥주는 필수였다. 술 없는 금요일은 불가능했다. 그게 낙이였다.
운동 끝나고 땀을 흘리면 술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술을 먹기 위해 운동했다.
기쁜, 안타까운, 반가운 모든 상황은 술로 만들어졌다. 술이 나였는지 내가 술이었는지 헷갈렸다.
지금 느껴지는 것은 아마 몸에서 나도 모르게 술 냄새가 풍겼을지 모르겠다. 술 냄새나는 아저씨들을 그리 싫어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등에 소름이 돋는다.
술 마시고 다음 날 운동을 하면 땀 냄새가 평소와 달랐다. 찐했다. 미세한, 자극적인 것이 코평수를 넓어지게 만들었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맞나?' 의심해 보며 두리번 거린다. 땀으로 이 몹쓸 술을 배출시키고 싶다. 감추고 싶다. 씻고 싶다.
술을 무자비하게 마신날은 나의 뇌를 꺼내 세면대에 두고 손으로 박박 씻고 싶었다. 나의 위를 열어 털어내고, 나의 장을 꺼내 손으로 밀어 비워내고 싶었다.
침대 위에서 하얀 천장에 시선을 둔 채 '왜 이렇게까지 마셨나...' 후회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몸에서 나도 모르는 술 냄새가 공기 중의 입자를 타고 흘러나갔을 것이다.
금주 156일째
지금 나의 향기는 어떨까? 나는 어떤 향기를 지닌 사람일까?
앗! 생각해 보니 요즘 향수와 바디미스트를 현저히 안 쓴다. 향수로 감췄던 나의 채취를 더 이상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무의식행동이었을까? 매일 뿌렸던 그 행동이 정말 뜸해진 것을 글을 쓰는 중 깨닫게 되었다.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향수의 기원은 가죽에서 나는 특유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썼다. 냄새를 감추기 위해 나온 발명품. 지금은 전혀 다른 의도로 쓰이긴 하지만 향수의 쓰임이 향기를 바꾸거나 감추거나 덧데어 뽐내는 행동은 맞다.
이제 나는 향기를 감출 계획으로 향수 쓸 일은 없겠구나.
술 냄새를 멋진 향기로 바꾸는 이 금주의 과정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자연스러운 나만의 향기라... 상상향기에 취한다.
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 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