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줄넘기209일째
빨강구슬이 벌어졌다.
빨강이 때문에 구슬들이 자유롭게 오고 가지 못하고 고정된 채 꽉 막혀 교통체증을 겪고 있었다.
고생했다는 마음으로 쓰다듬듯 조심스럽게 줄에서 빨강이를 분리시켰다.
줄을 살폈다.
앗! 빨강이만이 아니었다. 파랑이 노랑이도 줄지어 벌어져 다른 구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구슬이 뱀에게 먹히고 있는 장면처럼 포개어 있었다.
구슬들을 떼내어 정리하니 남은 구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었다.
'샤인진! 왜 이제야 해주는 거야!!'라고 말하듯 막힌 구간이 뚫렸다. 구슬들은 막힘을 힘겹게 참았다는 듯, 보란 듯 엑셀을 더 세차게 밟는 자동차처럼 '휘리릭' 낭창하게 움직였다.
갑자기 줄넘기에 기름칠한 것처럼 아주 잘 돌려졌다.
가뿐하게 균형 맞으며 새로 출발하는 기분으로 줄도 나도 점프했다.
이어받은 구슬들은 '와! 드디어 내 차례다' 하며 까르르 즐거워하는 어린아이의 모습 같았다.
낡은 구슬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새로운 구슬로 채워졌다. 이 구슬들은 갈라지는 날이 또 올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매일 줄넘기를 계속한다면 구슬이 모두 빠지고 줄만 앙상하게 남게 될 줄넘기가 상상되었다.
뼈줄넘기.
우연히 음악줄넘기 선생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께 물었다. 줄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줄의 가운데를 밟고 쭉! 늘렸을 때 손잡이 전까지가 명치 부분에 위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주셨다.
꿀팁을 전수받고 대화 나누며 구슬 줄넘기로 매일 줄넘기를 한다고 말씀드렸다.
"구슬 줄넘기로요? 구슬로 500개 이상은 힘드실 텐데? 전완근 아프지 않으세요? 무거우실 텐데."
나는 줄넘기에 대해 잘 모른다.
창고에 잠자고 있는 줄을 집어 들고 나와 지금 209일 동안하고 있을 뿐이다.
틈틈이 회사에서 돌리는 줄넘기는 구슬이 더 크다. 더 무겁다.
내가 어려운 줄을 돌리고 있는 줄은 몰랐다.
"와.. 구슬 없는 일반 줄넘기 돌리시면 날아다니실 것 같습니다"
나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그럴지도 모르겠다 생각 들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선생님 줄 한번 돌려봐도 될까요?"
돌렸다.
"자세가 엄청 좋으십니다!!"
줄넘기를 배우진 않았지만 자세가 나오긴 하나보다!! 칭찬받아 기뻤다.
그렇게 줄을 돌리는데
잉? 구슬이 왕창 빠진 것 같은 시원함과 허전함이 교차했다.
평소보다 빠르게 할 수 있을 것 시원함. 그리고 허전함이 무엇인가 했더니 소리였다. 탕탕탕. 매일 듣던 소리가 없었다. 그사이 함께 시작한 꿈줄(나의 줄넘기)에 벌써 정이 들었는지 아무리 좋고 편한 줄이라고 해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지금은 맨 줄넘기보다 구슬줄넘기가 좋다.
그렇게 새로운 줄넘기 경험으로 나의 줄넘기 현재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땅에 닿는 열일하는 중심부의 구슬들은 닳고 단다.
낡은 구슬들이 빠지면 그 위에 기다리고 있던 구슬들이 자연스럽게 이어받는다. 집안의 업을 이어받듯 중심자리로 온 구슬들은 책임을 다한다.
구슬인생이 삶과 비슷하다. 구슬처럼 책임을 다하고 목표를 이루면 또 새로운 시도와 도전 앞에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나도 구슬처럼 계속 나아간다.
줄넘기는 단순하지만 충. 분. 하다.
그렇게 209일이 넘어가는 매일줄넘기는 현재. 몸 운동에서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마음 운동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