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언박싱

해맑금주 328일째

by 샤인진

여기는 충북 보은.

타지의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출장.


일정이 끝나고 저녁 먹기 전.

"순대집 가서 먹을 건데 같이 가자!"


현재 고기 비건으로 순대는 한입도 못 대기에 단호한 목소리로!


"오늘 저는 여기 숙소 급식 먹을게요. 두부랑 김치찜 나와요. 여기서 같이 먹으면 좋겠다앙^^" (예전에 저였다면 술을 주도했고 바로 나가서 먹었을 거예요.)


저의 오글오글 한마디와 보글보글 제육 묵은지 김치찜 메뉴가 숙소에서 함께 먹는 상황으로 바꿔주었어요.


오케이! 신난다. 덕분에 저녁을 함께. 금주하지만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다들 한잔 더 걸치시기로 하셔서 저는 이만 방으로.




금주 곧 1주년.


밤 10시.

매트를 깔고 앉아 책을 넘겨요. 읽고 있어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걸 어떡해요. 이제 자연스러워요. 책 읽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단 말이에요. 방을 혼자 쓸 수 있게 되어 맘껏 읽어요.


오늘의 행동 속에 캐취! 잡았어요.


뇌의 초점이 생겼어요. 무슨 상황이어도 금세 제 분위기로 전환해요.

눈으로 똑같이 글자를 보지만 정신이 원근법의 법칙으로 한 점으로 모아져요.

집중능력이 좋아졌어요. 즉 맑다는 거예요.


낯선 상황.

산속에 있는 수련원방.

숲 속 지하실 냄새.

축축한 공기로 여기가 밖인지 방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습한 공기.

촉촉한 콧속.

책상도 없고 자세는 불편.

복도에서의 잡음.

처음 보는 이름 모를 벌레가 천장에 거꾸로 붙어있어요. 엄지 손가락만 한 물고기 무늬예요.'니모를 찾아서'아시죠? 갈색, 하얀색 줄무니. 거미인 줄았았는데 날개가 있어요.


지금 이런 상황에 책에 빠져들어 집중하는 제 모습이 신기해요.


작년 이맘 출장땐 <데미안> 책을 가지고 와서 읽었는데 눈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한 페이지 엘리베이터를 탔었거든요. 이해도 어려웠고요.(실제로 쉽지는 않은 내용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물리학과 상대성이론 등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읽혀요. 전두엽의 맑음이 인지가 돼요. 산만함이라는 녀석이 쪼그라들고 몰두라는 힘 있는 새로운 진형이 나타나 선명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하루하루 컨디션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기분을 느낀 것에 행복을 느껴요.

항상 술 마시던 시간을 다른 행동(책 읽기), 새로운 행동으로 재구성한 것이 스스로 뿌듯하고요. 저에게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이제는 말이 되고 있어요.


"그래 고생했으니 선물하나 받구려" 하며 금주신이 있을 리 없지만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로부터 여하튼 받았어요. 오늘의 선물은 뇌의 초점이었어요.


금주. 계속해볼게요

'이런 선물도 있구나!!' 하는 갓 구운 선물을 또 들고 오겠습니다.


금주 언박싱.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해맑금주> 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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