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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Jul 22. 2024

멍냥토크회_강아지 생애주기 건강관리법

2022.11.27 도서관이음에서 



  최초 기획했던 11월 행사는  <고양이 생애주기별 건강관리법>이었다. 강사는 애초부터 점찍어 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사는 미니신도시지구의 유일한 동물병원 원장님이다.

  원장님은 젊다. 다른 지역 동물병원에서 오래 근무하셨다고 한다. 그러다 이 동네가 미니신도시로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뿌리를 내리러오셨다. 새로운 삶을 위해 새로운 장소로 이주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모험의 냄새를 느낀다. 그래서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더구나 집 가까운 괜찮은 동물병원은 반려동물 세대에겐 꼭 필요하다. 그런고로 나는 원장님을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 화이팅!    

  원장님은 흔쾌히 강의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곤 꼼꼼하고 성실하게 고양이건강관리법 강의자료를 (매우 많이) 준비하셨다. 그런데 강의참석 수요를 가늠해봤더니 너무 적었다. 모객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보였다. 그래서 (내가...) 강의주제를 바꿨다. 강아지 생애주기별 건강관리법으로... 그래서 원장님은 다시 자료를 준비하셔야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나의 만행(?)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지면을 빌어 고백하자면 원장님과 강의 사전 녹화 후에 자료와 강의내용의 대폭 변경을 부탁드렸다. 원장님은 무려 두 번이나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와서 회의를 하고 자료를 바꾸는 번거로운 작업을 기꺼이 감내해주셨다. 강의료도 받지 않으신 원장님을 괴롭힌 것에 대해 다시 사죄하고, 훌륭한 강의를 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능력자 임원 HK가 제작한 포스터



  이 특강 역시 초상화 그리기 못지 않게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매력이 한 몫했다. 강의 전에 참여주민들이 자기 소개를 하고 인사하는 시간_서클을 가졌다. 나는 강의만큼 이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양이나 실리만을 위해 모인 게 아니다. 여기 살고 있는 반려세대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게 본질적인 목적이라서다. 

  인사를 나눈 후 본격적인 강의를 들었다. 나는 입장이 수동적일 수가 없다. 애초에 원장님과 강의컨셉부터 내용까지 함께 상의하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의 반응부터 원장님의 강의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들었다. 나와 강의를 준비할 당시 원장님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픈 마음에 디테일한 설명이 많이 들어가서 시간이 길었었다. 그런데 실제 강의 땐 오히려 파격적으로 걷어내서 시간이 내 예상보다도 더 짧아져서 놀랐다.  

  임원 HK도 나와 비슷했을 것이다. 포스터준비부터 조합과의 협의, 도서관 세팅부터 참가자들 체크와 사진 및 녹화 마무리까지 했으니 말이다. 또한 임원 GJ역시 반려인 교류서클을 위해 기획서를 만들고 한 시간 넘게 서클을 진행해주었다. 

  대단한 진리는 아니지만,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이 있어서 모든 게 의미있다. 참여해준 주민들, 함께 만든 사람들이 있어서 조합과의 파열음이 나는 와중에도 기념할만한 강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조합은 사무국의 팀장 HC를 통해 기념사진을 찍는 잠시라도 노견들의 입장을 허용할 수 없다는 답을 줬다. 당시 누가 그런 결정을 내린 거냐고 묻자 HC는 이사장 AY라고 했고, 나중에 다시 확인을 요구했을 때는 말을 바꿔 상임이사 JW였는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여튼 이런 이유로 기념사진에 꼭 같이 찍고 싶었던 동네 노견은 없다. 그 때 팀장 HC는 머잖아 동네 사람들과 커뮤니티센터에 반려동물 동반여부를 논의할텐데, 괜히 강아지가 도서관에 드나드는 모습을 보여 좋을게 없지 않냐는 식으로 말했다.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지만, 내 권한이 아니고 설득과 토론의 과정도 귀찮았다. 이미 다과비 삼만원 지원불가 결정으로 빈정이 상했고, 이들이 내가 사고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어느 정도 파악했기에 에너지낭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포스터에는 조합의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다음 행사도 마찬가지다. 12월 행사는 아예 조합에 말도 꺼내지 않았다. 반려인들끼리 모이는 행사라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게 뻔하고, 그런 말을 또 들어서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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