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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Jul 15. 2024

멍냥토크회_2022년 11월, 나는 외쳤다!

2022.11. 어린이이음에서

 ※ 이번 글은 아래 링크의 글과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https://brunch.co.kr/@fb1ddbe37b19479/12


"애기들 두부 쪼물락쪼물락 행사는 공동체행사고, 반려인들이 모여서 서클하고 강의듣는 건 공동체행사가 아니란 건가요?"


  11월 어느 날, 나는 커뮤니티 센터 내 어린이이음(소강의실)에서 공동체활성화위원회(이하 공활위)의 위원장인 조합이사 AU에게 저렇게 외쳤다(고 한다..). 외쳤다는 건 저 말을 들은 사람(회의에 늦게 온 멍냥임원)의 느낌이고 나는 조금 목소리를 높여 말한 것 뿐이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훗날 이사 AU는 이 때의 회의에서 나의 말에 상처를 입었다고 소회를 밝혔는데 그게 내 목소리 톤이 높았기 때문인지, 내 의견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인 탓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어째서 저런 말이 나오게 된 건지는 아래에 등장한다.  


  세 개의 행사기획을 한번에 했고 전화통화로 사무국과 내용을 공유했다. 구체적인 의견을 줄거라 여겼는데, '네네, 화이팅~' 정도의 강건너 불구경 피드백을 받았다. 기획이 만족스러우니 알아서 잘 진행하라는 뜻으로 좋게 이해했다. 그리고 10월 행사 시작 직전 공활위 이사 AU가 이건 내 관활입니다~하고 등장했다는 게 이전글 내용이다.   

  10월 <반려동물 초상화 그리기 원데이클래스>를 마친 후 11월 두번째 행사 <강아지 생애주기 건강관리법>의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이 행사에 두 가지 바램이 있었다.


1. 강의를 도서관에서 진행한다!

  우리 아파트 도서관의 인테리어가 훌륭하다. 들어서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동시에 개방성도 높다. 열람실 한 면의 절반이 창으로 되어있어 외부에서 안이 보인다. 나는 오가던 동네 사람들이 특강에 참석한 주민들의 서클, 강의듣는 모습을 보길 바랬다.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행사가 마을에서 열린다고 말이다.

  여태까지 동아리 행사가 도서관에서 열린 적이 없었다. 이전에 언급한 조합의 공식기구(?) 이음공작단이 주최한 <이웃집살롱>뿐이었다. 이 특강이 도서관에서 열린다면 동아리로서는 최초의 행사다. 또한 도서관에서 하는 것 자체가 조합의 지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꼭 도서관에서 특강을 진행하고 싶었다.


2. 도서관에서 노견과 후기사진을 찍자!

  우리 멍냥토크회에는 이 아파트에서 생을 마칠 확률이 높은 노견이 몇 있다. 나는 이 노견들이 기념단체사진에 있었으면 했다. 얼마나 직관적인가? '엄빠(보호자)가 우리 애기(강아지) 끝까지 잘 키울라고 강의도 들었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이말인즉슨 출입이 금지된 커뮤니티 시설 안에 반려동물이 들어와 함께 사진을 찍어야한단 얘기다. 강의는 사람들끼리만 하고 사진찍을 때만 잠깐 와서 찍고 가는 거니 설명을 하면 조합이 양해해줄 거라 생각했다. 여기서 생을 마칠 강아지들 모습이 담기는 행사사진 아닌가? 사진 한장으로 반려견 역시 소중한 가족이고 이 아파트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우리 조합은 반려인 세대와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 를 보여줄 수 있으니 조합이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의를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건 큰 문제없었다. 그렇다고 유쾌하게 허락받은 건 아니다. 내가 받은 느낌은 일개 동아리의 도서관 사용요청에 약간 당황했다고 할까? 내 기억엔 당시 도서관소위원회가 이 문제를 논의해서 허락해준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입장 바꿔서 저런 행사를 거절할 이유도 없지 싶다.

  진짜 문제는 특강진행을 위해 다과비 3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신청했는데 공활위 이사 AU가 거절한 것이다. 이것은 나와 임원 HK에겐 좀 충격이었다. 다과비 삼만원은 적은 돈이다. 멍냥토크회는 회원 세대당 매달 5,500원씩 회비를 낸다. 삼만원이 없어서 신청한 게 아니다. 지원금을 받아야 이 행사가 조합(공활위)이 지원하는 공식행사가 된다. 포스터에 '주최:멍냥토크회. 주관:OOOO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한 줄 집어넣을 수 있는 거다. 애초에 이 시리즈행사의 시작이 사무국 제안이었고, 전폭적인 지원을 상임이사 JW가 약속했다. 그런데 전폭적인 지원에 다과비 삼만원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이사 AU가 안된다고 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 행사가 공동체 활성화라는 위원회의 취지와 맞지않다고 판단해서다. 지원거부의 다른 예로 꽃꽃이 동아리를 들었다. 크리스마스 꽃장식을 만들어 커뮤니티 센터 곳곳을 장식하겠다는 제안과 함께 지원을 요청했는데 성격이 맞지 않아 거절했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다과비는 물론 꽃꽂이 동아리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해가 잘 안됐다. 요청금액이 너무 크거나 유용의 위험이 있다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액수를 예산에 맞게 타협하면 될 일이다. 어째서지? 꽃꽂이 동아리의 제안은 내가 모르는 어떤 사정이 있다치고, 왜 <강아지 생애주기별 건강관리법>은 공동체활성화행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거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 나에게 이사 AU는 넌지시 반려인세대와 비반려인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식의 얘길 계속했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애초의 기획과 다르기 때문이다. 만나야할 명분도 없고, 행사목표는 처음부터 반려세대간의 연결고리 만들기였다. 반려, 비반려세대의 만남이 공동체 단위에서 꼭 필요하다면 이사 AU가 기획해서 진행하면 될 일이다. 나는 결론을 확실히 듣고 싶어서 다시 한번 우리 행사의 취지와 목적, 발생경위를 설명하고 이사 AU에게 지원이 어렵냐고 물었다.  

  나의 질문에 이사 AU가 이렇게 답했다. '이번 행사가 공동체활성화행사가 되려면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만나는 자리가 되어야하는데 이 강의는 반려인만 모이지 않나?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순간 멍해졌다. 이게 무슨 소리지...? 왜 우리는 대화를 계속 하는데 평행선인 거지....   

  짧은 사이 머리 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지나갔다. 반려인이란 그저 상태를 나타낸 말 아닌가? 키우던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언제든 비반려인이 된다. 그러다 다시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 반려인이 된다. 반려인이 핵심이 아니라 그 반려인들이 모두 여기 살고 있는 주민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 아닌가?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남녀' 성별처럼 개인에게 부여된 (대체로) 불변하는 속성도 아닌데, 왜 둘이 만나야야만 공동체활성화행사가 되는 거지? 그리고 개를 키운다는게 무슨 갈등의 핵심이슈도 아닌데(생각해보면 당시 이사 AU는 갈등요소로 본 것 같긴하다.) 왜 반려인, 비반려인이 만나는 자리가 만들어져야 된다는 거지? 그런 행사가 필요하다 싶으면 스스로 할 것이지, 왜 자꾸 우리더러 하라는 거지?

  그 때 유아들이 촉감놀이라고 해서 두부나 튀밥같은 걸 조물락거리며 만지고 놀었다는 조합 행사후기가 아파트온라인 카페에 올라왔던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 나는 그 행사 후기를 보고 긍정적으로 여겼다. 주거공동체를 지향하는 조합이 육아•돌봄에 지원하는 건 좋은 일이지, 했었다. 그럼 이사 AU의 논리대로라면 그 행사도 육아세대와 비육아세대가 함께 한 것이 아니니 지원을 하면 안됐던 거 아닌가?


"애기들 두부 쪼물락쪼물락 행사는 공동체행사고, 반려인들이 모여서 서클하고 강의듣는 건 공동체행사가 아니란 건가요?"


  그리하여 저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이사 AU는 내 말에 작은 한숨과 함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지금은 이해한다. 당시 나는 조합 위원회 구성에 무지했다. 저 '두부 쪼물락쪼물락'행사는 육아돌봄소위원회에서 기획, 진행한 것이다. 공동체활성화위원회랑은 상관이 없다. 기획주최가 다른 행사를 예로 들었으니 이사 AU가 난감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핵심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저런 행사도 지원한다면 반려견 세대가 모이는 행사도 동일한 잣대로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 삼백만원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단돈 삼만원이다. 조합의 지원을 받는다는 명분을 위해 요청한 다과비다. 애초에 이 행사는 조합 사무국의 제안에다 전폭지원 약속까지 받고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인터셉트하듯 결제(?)라인을 가져간 이사 AU가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니 지원을 허락할 수 없다고?

  당시 회의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한 걸로 기억한다. 내가 몇 번 더  AU이사와 통화를 했고, 끝끝내 지원이 불가하단 답을 들었다. 나는 이사 AU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도 그가 주장한 공동체활성화 행사의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 그가 원했던 행사가 아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지만, 그게 공식 답변은 아니니 추측만 할 뿐이다. 이 때 임원 HK가 굉장히 상처받고,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나와 같은 심정이었다. 우리가 돈 삼만원이 궁해서 지원신청한 거냐고? 왜 이게 공동체에 기여하는 행사가 아니냐고? 할 말이 없었다. 다만 나는 이사 AU에게도 임원 HK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조합 이사가 가진 권한이니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 다만 우리는 그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당신들(조합)도 알아달라.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생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조합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다.     

  지원금 삼만원은 거절은 꽤 당황스러웠다. 예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포스터에 조합 지원, 주관 같은 단어는 전부 빼고 멍냥토크회가 단독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사 AU와의 회의와 대화, 통화만으로 <강아지 생애주기 건강관리법> 특강의 사전준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임원 HK는 지원서, 신청서 등등의 서류를 작성하고 홍보도 준비하고 사무국과 비품사용에 관한 협의도 해야한다. 게다가 아직 조합과 상의해야할 난관(?)이 하나 남았고, 실질적인 강의(강사섭외 및 강의내용 조율)도 준비해야한다.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 이득 없는 할 일이 많은 건 괜찮다. 내가 하겠다고 손들었으니까. 그런데 '냉대받는 거 아닌가?', '공정치 않은 거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는 게 힘들었다. 나와 멍냥의 임원들은 그저 마을에 작은 기여를 하고자, 아파트 반려세대들을 이웃으로 만들고자 한 것뿐인데 어째서 이런 일을 겪는 것인가, 이것은 과연 온당한가? 라는 질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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