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1, 2023.12.16~17 공유주방에서
사람이 촌스러워 그런가, 나는 생일이나 기념일엔 케이크가 있었으면 한다. 사람이 먹는 케이크는 쉽다. 기왕이면 동물성생크림에 과일만 있으면 OK~지만 다른 케이크를 마다하진 않는다. 비싼 케이크를 원하지도 않고.
우리 강아지의 기념일에는 이런 케이크가 통하지 않는다. 개들에게 과다한 당분과 지방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개들이 사람음식을 먹는 건, 사람으로 치자면 마약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평소 강아지들 먹는 걸 보면 그게 어떤 말인지 이해가 간다.
2022년 조합 사무국 상임이사 JW와의 정치적 딜로 시작된 3개월 간 연속 3번의 행사 마지막은 12월 멍냥케이크만들기 원데이클래스로 정했다. 내가 멍냥이들의 케이크를 만들자고 강하게 어필한 것도 있지만, 그 전부터 분위기가 준비되어있었다. 임원 HK가 개인적으로 아는 선생님을 초빙해 공유주방에서 타르트만들기를 한 적도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나도 참여했는데 여럿이서 요리를 배우고 직접 하는 즐거움이 컸다.
원데이클래스 선생님을 섭외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내가 섭외를 진행했는데 10월부터 찾기시작해 11월 경에 겨우겨우 지금의 선생님을 만난 걸로 기억하고 있다. 원래 가까운 데 계신 분을 모시려했는데, 인연이란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닌지라, 저 멀리 의정부쪽에 계신 분이 오게 되었다. 어쨌거나 멀리서 와서 서클까지 함께 하며 같이 케이크를 만들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그것도 2년 연속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멍냥케이크 만들기 원데이클래스'는 멍냥의 전통이 되었다고 우기는 중이다. 22년에 이어 23년도에도 진행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같은 선생님이 수고해주셨다. 사진을 보면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나가 드러난다. 22년도 사진엔 모두 마스크를 썼고, 23년도에는 벗었다.
마스크를 쓰던 시절엔 모른 척하기가 수월했다. 눈을 마주쳐도 웃었는지 찡그렸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세상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이제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최초 케이크 행사를 치뤘던 22년 조합은 어떤 표정도 지어주지 않았다. 이미 11월 행사 다과비 3만원으로 빈정이 상했고, 어차피 반려인들끼리 모여 개, 고양이 먹일 케이크 만드는 거 아니냐며 지원을 거절할 게 뻔해서 요청도 하지 않았다.
나는 상임이사 JW가 그래도 한번은 찾아와 인사치레라도 할 줄 알았다. '아이고, 이제 동네 반려인들끼리 관계가 만들어졌습니까? 허허~'라고 한 마디할 수 있지 않나? 엘레베이터에도 온라인카페에도 멍냥토크회 멤버들이 직접 제작한 포스터와 안내문이 걸려있다. 동네 사람은 누구나 이런 행사가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안다. 나와 임원들의 마음엔 조합때문에 생긴 상처와 배신감이 가득한데, 모르는 사람은 보기 좋다고 응원해주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이게 다 누구(?)때문에 시작된 일인데...
나는 당연히 상임이사 JW가 매월 열리는 이사회에 멍냥토크회와의 정치적 딜(강아지들의 카페출입 논의와 단지내 반려문화_배변치우기, 산책펫티켓 등-정착을 위한 반려세대 관계형성 행사)과 행사에 관해 보고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조직에선 일상적인 일이다. JW는 조합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지 않나? 그러니 보고는 당연하다. 당시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마도 안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상임이사 JW는 정말로 조합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을 타고 있었고, 엉망진창인 근무태도때문에 이사회내에서도 성난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었다. 악인이나 사기꾼이 아니다. 능력없는 동네 아저씨가 어쩌다 보니 조합돈 타먹을 자리 하나 꿰차게 됐고, 자기 아는 연줄들을 동네에 갖다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솔직히 말해 당시 이사회의 이사들 대부분도 지극히 사사롭게 조합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1500명이 살고 있는 공동체를 운영한다는 인식자체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늘 자신들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좀 미흡해도 남들이 양해해야된다고 생각했으며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지극히 사사롭게, 지인과 아는 사람의 의견들로만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비판을 견디지 못했으며, 자신들이 늘 옳다고 믿었다. 반대되는 의견은 거부했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무시로 일관했다. 그들은 1500명, 539세대가 아니라 자기들이 아는 50명을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욕망을 공동체의 필요처럼 여기며 의사결정을 해왔던 것이다.
내가 여전히 올해 겨울에도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크리스마스 맞이 멍냥케이크 만들기 행사가 진행될 것이다. 솔직한 마음은 내가 만약 없더라도, 누군가 강아지 고양이를 위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행사를 열어줬으면 좋겠다. 우리 개와 고양이들이 일년에 한번은 소중한 대접을 받았으면 한다.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 내가 알고 있지 않나? 내 손으로 만든 예쁜 케이크를 누굴 위해 준비하는 것인지.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도, 조합을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진솔하게 지나오는 것이야말로 구성원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