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현재
반려동물 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회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 돈이 없으면 어떤 일도 생길 수 없다. 나는 우리 동아리에는 특별한 '위로'가 있길 기대했다. 그 위로에는 돈이 든다.
지금은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도 '펫로스'란 단어는 들어봤고, '애완'이 '반려'로 바뀐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예전에는 키우던 개나 고양이가 아프다고 회사에 연차를 내거나, 조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눈치 주는 곳이 더 많을 것 같긴 하다....) 사고로 죽은 강아지 때문에 슬퍼하는 나에게 친구가 '그깟 개 한 마리 때문에'라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했었다.
나는 살면서 여러 마리의 개를 떠나보냈다. 그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더구나 반려동물은 딱히 정해진 장례의식이 없다. 절차와 격식이 없으니 상실감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안전한 루트를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많다. 그러나 대부분 화장(火葬) 내지는 공동묘지 서비스에 가깝다. SNS에는 영업 중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도 있지만 반려인 대다수가 누리는 보편적인 서비스나 의식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래서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웃이 위로를 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창한 건 아니고, 꽃 한 송이라도 보내주자! 그 슬픔을 저도 이해합니다, 란 의미로. 경험을 통해 내리게 된 결론이다.
꽃을 보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회비의 유일한 쓰임새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용처다. 다행히도 동아리 회원들이 기꺼이 이 취지에 공감해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회비를 얼마나, 어떻게 낼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회비를 정하는 데는 꽤 고민이 있었다. 보기와 달리 꼼꼼한 내 성격 탓도 있고, 돈에 관련된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능하게 깔끔하면 좋기 때문이다. 몇 가지 쟁점이 있었는데 아래와 같다.
회비는 얼마가 적당한가? (월 삼천 원부터 만원 사이에서 고민을 시작함)
다견, 다묘 가정은 마리 당으로 회비를 낼 것인가?
가족 구성원 여럿이 회원으로 단톡방에 참여하면 가족회원 한 명마다 회비를 낼 것인가?
만약에 다견, 다묘 가정에서 연속적으로 소풍을 떠나면 꽃을 여러 번 보낼 것인가? 등등
적당한 회비금액은 미묘한 눈치(?) 싸움과 경제감각에 의해 정해졌다. 다들 이런 마을동아리가 처음이다 보니 한 달에 얼마나 내야 할 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여러 얘기가 오간 끝에 삼천 원은 너무 저렴해서 성의가 없고, 만원은 동아리 회비치고는 비싸다, 로 정리되었다.
다견, 다묘 가정과 회원 1인당 회비부과 문제는 조금 더 까다로웠다. 최초에는 다견다묘 가정은 회비를 더 내야 하지 않겠냐로 기울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회비가 높아져 부담이 되고, 부과의 기준도 단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기르던 멍냥이가 출산을 하게 된다면, 회비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가? 하나뿐인 노견, 노묘가 갑자기 소풍 떠나게 된다면 그 집은 회비를 안내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반려동물 없는 사람이 회원으로 들어오면 회비를 안 받아야 하는 걸까?
회원 1인당 회비부과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다수가 동아리활동을 한다 해서 더 많은 혜택이나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일인당 회비를 부과하면 한 세대에 큰 부담이 된다. 우리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며 교류하고 싶어 동아리를 만든 건데, 가족이 함께 하기 어려운 허들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 고로 회비는 보호하는 반려동물 숫자나 회원 1인당이 아니라, 세대당 월 오천 원으로 결정했다.
꽤 긴 기간에 걸친 논의였고, 그 과정은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했다.
짝짝짝~
이후 회비는 우리 동아리에서는 당연한 일이 되어 별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타성에 젖다 보니 신규회원 모집 때 회비유무를 고지하지 않아 문제 된 적이 있었다. 새로 온 분 중에 단톡방에만 있을 건데 굳이 회비가 필요하냐고 문의를 해 온 것이다. 그래서 다시 회비에 대해 공지하게 되었다.
멍냥토크회_회비변천사 하(下)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