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차이.
몇 년전.
벚꽃이 봄 바람에 흩날릴 때
어느 평일 오후였다.
나른한 오후여서 잠이 쏟아질
시간이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밖에서 커피 한잔하자!"
A 언니였다. "응. 언니"
커피를 두 잔 태워서
성모상 앞 벤치에 앉아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정적을 깬
언니는,
"나 이혼하려고!"
"왜?" 라며 물었지만,
난 그런 결정을 하였구나.
그렇게 되었구나!
난 답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A 언니는 동네언니였다.
마늘 농사짓는 동네오빠에게
시집온 지 20년이 지났다.
나를 보면 손 흔들고, 인사를 하면
집에 놀러 오라고 하였다.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그런 언니가 좋아서 잘 따랐다.
우린 속마음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언니의 남편인 동네오빠는
첫 결혼에 실패한 돌싱남이었다.
<'남자가 너무 괴롭혀서
야반도주했다네'>
동네소문이 자자했었다.
그러다가 다방아가씨였던
A 언니와 결혼을 했다.
다방에서 커피를 팔던
아가씨라서, 동네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했다.
난 그런 생각은 없었지만
하이텐션의 언니가
부담이었던 적도있었다.
돌싱맘이었던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다방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 시선.
안타까운 마음이 언니에게
마음이 다가갔는지도 모른다.
아들과 딸을 낳았으며
농사도 많이 짓고 있어서
잘 사는 줄로 알았다.
어느 해부터였던가.
119구급차량이
동네에 자주 출동을 하였고,
언닌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였고, 몸에 있는 멍도 보았다.
언니가 안쓰러워 같이
울기도 했었다.
의처증이 심하다고 했다.
결혼초기에는 잘 대해 주었는데
세월이 갈수록 술을 먹고 오면
'다방 × 이 그렇지! 어느 놈이랑
자고 왔냐? 예전 마누라랑 넌
똑같은 ×이다'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도록
괴롭혔다고 했다.
언니가 모임 있는 날은
수없이 전화하고, 모임장소에도
찾아와서 확인하는 일이
수십 번이었다고 했다.
아이들 클 때까지 참고 살겠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언니의 사정을 알기에
어쩌면 이혼이 답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경아. 너한테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어 왔다.
마리아상 앞에서 이야기
하니, 고해성사하는 것 같다.
난 성당에도 다니지 않는데.
나... 다른 남자 사랑해!
내가 바람피워서 남편이 의처증
생긴 건 아니고, 남편이 의심하고
때리고 할 때마다 무너지더라.
다른 곳에 눈 돌리게 되고
숨 쉬고 싶더라. 우연히
국민학교 밴드 가입해서
친구들 만났는데,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좋았어.
학교친구 중 한 명이었는데
그 애랑 연락하면서 내가 다시
여자 같더라. 너무나 설렜어!
그러다가 남편이 내 휴대폰
뒤져보다가 친구랑 대화한 것
보고 말았어.
다그치는 게 더 심해졌고,
더 두들겨 맞았어.
남편이 그 남자를 만나서
몸싸움도 크게 났고,
그 남자마누라까지 왔고
그리고 경찰들도 오게 되었어.
그게 한 달 전 일이야
남편이 이제는 이혼하자네.
나 같은 여자랑 못 살겠대."
"언니는 그 사람 진짜
사랑하는 거야?
그 남자는 언니 사랑한대?
앞으로의 일은?"
바보 같은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살든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닌 거다.
하지만, 언니가 걱정되었다.
"응. 난 진짜로 사랑해
그 애는 나를 사랑하는지
그 마음은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남편과 헤어지고 싶어.
지옥 같다 사는 게.
아이들도 컸으니 이해까진
바라진 않아. 자기 앞길
잘 헤쳐나갈 거라 믿어."
"언니! 솔직히 난 언니가 하는
사랑은 축하해 줄 수가 없다.
하지만, 언니가 앞으로 잘
살기를 응원은 할게"
"그래. 고맙다!
너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마음이 개운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뒷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그 이후 언니는 친정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니 남편도 동네를 떠났다.
동네에 마늘밭이 있어
가끔 그 오빠를 보았지만,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날 나에게 이해해
달라고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전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고통 속에
살았던, 나의 영혼까지
갉아먹으며 지내야 했던
사람이지 않았던가?
어릴 때 춤바람이 농촌까지
휩쓸었을 때, 우리 동네에도
몇몇 아줌마들이 시장바구니
들고 춤추러 다녔었다.
그러다가 집을 나간 아줌마가
몇 명 있었고, 그 중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었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은
아줌마도 있었다.
싱글맘으로 지냈을 때,
지인 중 한 명이 나에게
비웃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야! 넌 1급 장애야.
애인 좀 만들어라!
남편은 있는데 애인 한명도 없는
사람은 3급 장애라고 한다더라
넌 남편도 없고, 애인도 없으니
1급 정도 되겠다 야"
남편이 있으며 애인도 있는
사람들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한순간의 쾌락이었을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지나가는 바람이었을까?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는
불륜이 과연 사랑이었을까?
[남편에게 나지막히,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여자 만나더라도
나한테 들키지 마라.
들키는 날엔 아작 낼끼다!
아니면 깔끔하게
마음 떠났으니 헤어지자
라고 말해!
깨끗이 헤어져 줄 테니."
남편은,
왜 이래 무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