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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만 Sep 16. 2023

도서관에서-

회사 ID카드를 목에 건 채로

아침부터 도서관엘 간다.  

   

폼 나는 오피스룩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경쾌하게

서류를 들고 다니는 게 꿈이 된

젊은이들이 책에

반쯤 침전되어 있다.   

저들의 연착되는 꿈들도

습성이 된 취업 실패의 늪에

반쯤 잠겨 있지나 않을까?     


어쩌다 보이는 퇴역 노인들이

돋보기 너머로 회화책을 중얼거리는데

어정쩡한 중년의 나는

잉여의 시선이 두려워

공연히 ID 카드를 만지작 거린다.  

   

명분 없는 소모의 시간은 아니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오후

어른거리는 행간을

바로 잡으려

능소화처럼 붉어져 가는

눈자위를 문지른다.

쉬이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희뿌연 노안처럼

흐릿한 마음의 시간이

눅눅하다.  

사진 출처ㅡ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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