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택배기사..."

[안돼야, 아니야!] 초인종과 막장드라마

by 파스카

"안돼! 그럼 쟤네 둘이 남매란 말이니?"

텔레비전 앞으로 두루마리 휴지가 퍼엉~~ 하고 펼쳐졌다. '미친'이 던진 것이다. "이런 개막장이 어딨어~" '미친'은 평소에도 드라마를 열정적으로 감상한다. 그것도 쌍방향으로.

나는 소파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슬로모션으로. 우리 집의 평화란 저 두루마리 휴지처럼 언제나 위태롭다. 휴지 날아가는 소리에 '아니'와 '분신'은 어쩔 줄 몰라했다. 역시 하수들이다. 난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평화롭게 드라마를 봤다. 그게 서열 2위 나 '안돼'의 여유다.

"띵동~~~~~~~~"

"월월월~~~~~월월월~~~~~"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고, '아니'가 소리 내어 울었다. 한심한 녀석. 그냥 사람이 온 것뿐인데...

내 예상이 맞았다. 드라마에 집중하던 대장 '미친'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안돼! 아니야! 짖지 마!"

봐라. 결국 저렇게 우리 둘의 이름이 합쳐져야 상황이 정리된다니까.

그 소리에 '분신'이 소파에서 어기적거리며 일어났다. 현관문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언제나처럼 어설펐다. 저 소란의 끝은 늘 새로운 물건이거나 맛있는 냄새라는 걸 알기에, 나는 굳이 짖지 않고 소파 위에서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이게 고수의 품격이니까.

덜컥! 현관문이 열렸다. 택배기사와 '분신'이 마주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래서 내가 소리쳤다. "월~월~" 그제야 택배기사가 말문을 열었다. "강아지들이 이쁘네요~ 이름이 뭐예요?"

"애는 '안돼'고요, 재는 '아니'예요"

택배기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소파 위에 앉아있는 나를 가리켰다. "아... 네." 그리곤 친한 척 말을 걸어왔다.

"안돼야~ 이리 와봐, 아저씨가 까까 줄까?"

그 순간, TV를 보던 대장 '미친'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거실을 갈랐다.

"아니, 거기 가만히 있어요!"

택배기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짖고 있는 '아니'를 보며 말했다. "아... 쟤보고 말한 건데요...?" 그는 대장이 '아니'를 부르며 제지한 줄 아는 모양이었다.

대장의 진짜 뜻도 모르고.

대장 '미친'의 미간이 한 번 더 구겨졌다. 그녀는 이제 택배기사가 아니라 현관 앞에 멀뚱히 서 있는 '분신'을 쏘아보며 말했다.

"아니, 쟤도 아니라고요!"

이제 택배기사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그는 손에 든 상자를 어쩔 줄 몰라하며 더듬거렸다. "저기... 그럼... 강아지 이름이... 둘 다 아닌...?"

나는 이 모든 상황이 꽤나 즐거웠다. 저 인간은 어째서 저렇게 간단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걸까? 대장은 분명히 '안돼!'라고 내 이름을 불렀고, '아니'는 아니라고 했을 뿐인데. 인간의 언어는 참으로 비효율적이다.

보다 못한 대장이 직접 현관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녀는 택배기사의 손에서 상자를 거의 낚아채듯 빼앗으며 외쳤다.

"그냥 물건 주세요! 미친 사람 취급하지 마시고!"

"아.... 그렇죠. 택배... 제가 실수했네요 여기가 102동 803호 맞으시죠?"

"악!!! 안돼! 정말요?"

택배기사는 거의 울상이 된 얼굴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는 이 집에서 1초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며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갔다.

덜컥.

'분신'이 닫은 현관문 소리가 거실을 무겁게 울렸다. 나는 생각했다. 결국 저 시끄러운 초인종 소리도, '안돼'와 '아니'를 외치던 저 소란도, 심지어 내게 까까를 주겠다던 저 약속도, 전부 다 ‘꽝’이었다는 소리 아닌가.

인간 세상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대장 '미친'의 나지막한 한숨이었다. 그녀는 거실 한가운데 못 박힌 듯 서 있는 '분신'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당신은... 왜 그걸 이제 확인해. 이 분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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