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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준 Jul 06. 2023

불편한 사람은 나쁘다.

불편한 사람이 싫다. 

은수는 짜증이 난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아무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가만히 있는 나를 왜 나쁜 사람을 만드는거지?'


암호 A 사건 이후로 은수는 기형을 피해다녔다. 피할 이유가 없지만, 아니 이유가 없지는 않다. 불편하니까!

하지만 그 불편함을 은수 자신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자신은 그저 친절을 배풀었을 뿐인데 상대방인 기형이 혼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왜 기형은 선을 넘어오려고 하는걸까? 매번 미지근한 리액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걸까? 그저 사람이 사람에게 대하는 친절 정도라고 보기에는, 같은 학번 동기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는 그를 은수의 범주에서 달리 관찰할 방법이 없었기에 그의 호의는 인간적인 예절과 친절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은수는 자신이 좋은 혹은 착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기형에게 계속 친절하게 대하지 못한다라는 자책으로까지 생각을 이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자책의 끝에 가보면, 여지없이 '나는 잘못한게 없는데, 왜 나를 나쁜 사람을 만들어!!'라는 분노가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럼 짜증이 날 수밖에.


이런 케이스는 누구에게 말하고 같이 흉을 보기도 어렵다. 상대방이 나를 향해 선을 넘는지 안넘는지는 너무나 미묘하여 당사자 말고는 온전히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니 말이다. 말로 설명하는 순간 기형의 행동이 '호의'의 탈을 쓰고 은수 자신을 호의조차 품지 못하는 속 좁고 예민한 사람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크다. 은수는 그런 오해 또한 받고 싶지 않다. 그러니 기형의 행동에 대해 분석이고 뭐고, 그냥 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 같았다. 


이때부터 은수의 강박이 시작되었다. 

도서관 열람실에서도 근처에 기형이 있는지 살핀다. 

학식을 먹으면서도 줄 선 사람 중에 기형이 있는지 자주 둘러본다. 

휴게실은 여학생 전용으로 다닌다. 

학교에서 안전한 곳은 학과사무실밖에 없다. 거기에는 기형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은수가 기형을 부정적으로 의식하며 피하면서 몇달이 지났다. 

이 정도면 기형도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불편해하거나 싫어하는 건 딱히 설명할 순 없어도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은수는 자신이 누군가에게도 불편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눈치가 없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본인이 기형에게 불편한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이미지 : CDD20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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