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울컥

by 혀늬

결국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한 채로 그렇게 헛구역질만 몇 번을 했을까.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전화를 걸어서 바로 고소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저 흰 쇼핑백에 있는 종이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결국 나는 퀵서비스에 전화를 걸었다.


"퀵..좀 보내려구요"


상무의 집으로 현금과 나한테 썼던 편지를 보냈다. 고작, 나의 젊음의 대한 값은 현금 100만원과 샤넬 향수라는 사실에 그쪽 댁의 사모님은 얼마의 값어치를 하고 있나요? 의 물음과 함께 말이다.


그뒤로 회사를 무단으로 결근했다. 김혜민 없어도 잘 돌아가는 인사팀인데 나 하나 빠져도 얼마나 잘 돌아갈까. 바다를 보고 싶었다. 사람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으면 바다를 보러 간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랬다. 바닷물이라도 벌컥 벌컥 마시면 목 안에 있는 가시가 조금은 떨어져나갈까 싶었다.


그렇게 무작정 여수로 향했다. 편도 기차만 예매를 하고 내 전재산을 예금에 넣었다.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예금이 어떤 은행에 있으니 알아 놓으라고.나중에 내 결혼자금으로 썻으면 좋겠다. 라는 거짓말과 함께 혼자 스타벅스를 사서 몸을 실었다. 내 연차는 아마 김혜민의 시녀가 해놓지 않았을까. 죽으러 가는 길에도 회사 생각을 하는걸 보니 내 스스로가 회사에 결박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수 밤바다 그렇게 좋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깜깜한 바다가 뭐가 예쁜걸까. 그렇게 조심히 바다 앞으로 다가갔다. 밤바다는 내 얼굴조차 비쳐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자"


나는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주인공도 아니고 경찰 드라마에 나오는 당찬 여성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저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다. 그냥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평소처럼 헤실헤실 웃으면서 오피스와이프 거절을 하고 임원들 뒷바라지 해주는 서포트를 하면 되는 것이다.


평소랑 똑같이 말이다. 그리고 돌아가는 기차를 예매했을까 바뀐 번호로 연락이 왔다.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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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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