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울컥.
김혜민의 추천으로 나는 이곳에 왔다. 이 거대한 몸집의 조직에서 돈을 벌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애가 있는 돌싱을 만났다. 나는 그를 통해 위로를 받으면서, 결국 아저씨들에게 농락당했다.
임원들은 우리의 젊음과 예쁨을 도구처럼, 액세서리처럼 여겼고, 나는 그 예쁨에 프리미엄이라도 붙은 것처럼 우월감에 도취됐다. 맞다. 나도 평범한 직원에서 벗어나 특혜를 받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
“너희 내 말 안 믿어?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그렇게 나는, 내가 일을 못해도 갑질하듯 휘둘렀다. 그리고 결국 그 무기에 내가 맞았다. 대가를 치르라는 듯이.
“애 딸린 돌싱을 만난다고?”
그 말에 재정 상무는 자신도 애 딸린 유부남이라며 똑같이 취급했고, 불과 30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나를 얼굴은 예쁘지 않지만 몸매는 훌륭한, 그런 ‘비서’처럼 대했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더 잘 어울리는 나의 이미지에, 사기업 인사팀이라는 정글은 담아내지 못할 역량이었던 걸까. 나는 결국 김혜민의 시녀처럼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눈을 뜨자 병원이었다. 내 옆에는 흰 쇼핑백이 있었다. 안을 열어보니 향수와 현금이 있었다.
“뭐야…?”
그리고 몇 분 후, 애 딸린 돌싱남이 나타났다.
“괜찮아? 너 회사에서 쓰러졌어.”
“이거 뭐야?”
“재정 상무 기사가 놓고 갔어. 그리고 내일 쉬라고 연락 왔고, 연차 쓰래.”
“…내… 앞에서 꺼져.”
“아니, 혀늬야…”
“…꺼지라고…!!”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미는 그의 얼굴을 보자, 목구멍이 조여오며 켁켁거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불타는 듯한 느낌 속에서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자, 그제야 그의 적반하장의 표정이 보였다.
“걱정해서 온 사람한테 너무하다. 나 이번 달에 퇴사해. 좋은 곳에서 오퍼 왔어.”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내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그의 입을 막고 싶었다. 왜 나한테 지랄이야. 그냥 내 앞에서 꺼져.
“애 키우려면 돈을 더 벌어야겠더라고. 그러니까 너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직해.”
이직. 애를 키우려면. 나와 있었던 모든 시간은 그에게 그저 유흥이었다.
허탈감에 테이블로 시선을 내리자 흰 쇼핑백이 보였다. 100만 원 현금과 함께 들어 있던 종이에는 항상 자신을 케어해줘서 고맙다는 말, 그리고 자신의 ‘오피스 와이프’가 되어달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하하…”
100만 원으로 30살 차이 나는 나를 산다는 말이 이렇게 들릴 줄은 몰랐다. 30통의 부재중 전화와 함께, 그에게서 온 메신저가 있었다.
[잘 생각해보고 연락 줘]
“우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