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

by 혀늬

그 사람의 정색하고 표정 없는 얼굴은 처음 봤다. 나한테 매일 사랑한다고 했던, 그 사람이 맞는 걸까?


".. 지금... 무슨..."

"하아... 다음에 얘기하자"


내 탓 같았다. 저 사람이 돌싱에 애기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던 이유가 내가 임원과 잤다는 이유 때문에, 그 이유 때문에 저 사람이 나한테 저런 심한 말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가 다 잘못했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에게 잘못하자고 잡자 마치 나를 미친놈 보듯 보기 시작했다.


"다 너가 자초한 일이야"

"..."

"그러니깐 행동 똑바로 하고 살라고."


그렇게 어떤 정신으로 어떤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임원호출과 부서에서는 내 업무를 다 뺏기 시작했다. 다음 인사이동에 나를 비서로 옮기자는 얘기도 진지하게 오고 갔다.


"오피스와이픈데 가까이 있어야지. 이참에 사무실도 같이 합치는 건 어때?"

"..."


그렇게 하루하루 말라가는 그때, 이서희의 이상한 말이 들렸다.


"아 나 가슴수술하려고"

".... 뭐?"

"아니 그때 밥 먹었을 때 가슴수술 할인해서 해준다고 하길래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좋다는 거야"

".... 아니 서희님... 할인이 문제가 아니라..."

"왜? 내 만족인데 왜?"


지금 우리가 회사에서 어떤 이미지인데 그 병원원장한테 가슴수술을 받는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본인만족이면 결혼 전에 하지 왜 남편한테 물어봐요?"

"너 말 되게 웃기게 한다"

"아니 지금 우리 이미지가 어떤데 여기서 가슴수술한다는 얘기가 나와요!!"

"허 참 너 웃긴다?! 내가 너 초대해 줬잖아! 임원들이랑 친하게 해 준 걸로 감사해야지!!"

"제가 해달라고 했어요!? 언제 그랬는데요?!"

"야, 너, 아무런 빽도 없고 그렇게 어리지도 않은데 김혜민 때문에 껴줬더니 어디서 큰소리야"

"... 뭐?"

"나도 너 같은 애랑 어울리기 싫어-! 수준 떨어져!! 애교가 많길 해, 뭐 싹싹하길 해, 아무것도 못하면서 김혜민이 너 예뻐해서 내가 봐주는 거지"


김혜민.

김혜민.

김혜민.


모든 내 업무와 일상이 김혜민으로 돌아갔다. 이 소문이 나고도 엄마랑 태국 여행 중이어서 자리를 비운 김혜민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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