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추운 날씨보다는 따뜻한 날씨가 좋아졌다. 작년 겨울은 유난히도 추운 날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따듯한 봄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맘이다. 젊을 때에는 더운 날보다 추운 날이 낫다고 허튼소리를 하곤 했다. 나의 어머니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겨울보다는 따뜻한 봄을 좋아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니 나도 그때의 어머니 나이가 되었는가 보다.
이제는 여름도 겨울도 부담스럽고 힘이 든다. 갈수록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고 하니 피하고 싶다. 돌이켜보니 젊은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계절은 가을이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시가 생각나고 시인처럼 살고 싶어 낙엽이 물들어가는 산길을 유유자적하며 시 한 소절 읊으며 걷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좋아했던 가을이 을씨년스럽게 조금씩 싫어지고 봄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되었다. 해마다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겨울은 쉽사리 봄을 내어주지 않는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도 이런 의미에서 언제든 봄은 거저 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도 무언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야 봄은 오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이맘때쯤 쓴 글들을 봐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팠고 사회적으로는 의료계 문제로 대한민국이 시끌시끌했었다. 지금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거 같아 봄이 오기에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고 탄생의 계절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눈을 뜨게 하고 성장하게 만든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사건사고가 터지고 아픔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비로소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 꽃들도 땅속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하나같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는다. 성장 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기에 어쩌면 겨울이 필요하고 얼마간의 추위도 필요하다.
따뜻한 겨울 모진 풍파가 없는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는 눈이 푸시는 찬란한 꽃이 피지 못할 것이다. 인간을 봐도 그렇다. 인생이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넘어져 다시 일어설 만큼의 시련과 충격이 필수적이란 말도 있듯이 풍요로운 안락 속에서는 향기로운 인생을 얻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련과 아픔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축복이다. 나 역시도 그렇고 대한민국도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담담히 받아들이고 즐기자. 그래야 봄이 왔을 때 더욱더 찬란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