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봄이 준 선물

꽃들의 향연

by 김종운

봄은 여러 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 오케스트라 같다는 느낌을 갖는다.


"클래식" 공연을 보면 정말 많은 악기들이 등장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금관악기: 호론, 트럼펫, 트롬본, 튜바


목관악기: 플루트, 클라리넷, 오브에, 바순


현악기: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타악기: 팀파니, 탬버린, 트라이앵글, 드럼


마지막으로 하프까지 이 모든 악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소리를 통해 멋진 화음을 만드는 광경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난 지난 몇 년간을 우울증으로 밤 낯을 가리지 않고 봄부터 겨울까지 3년을 걸었던 시절이 있었다.


생명의 탄생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점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는 우주의 섭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깊은 고뇌의 시간들이 조금 더 성숙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향한 깨달음의 울림이 있는 시간이었다.


첫해는 걷는 게 마냥 좋아서 불어오는 바람과 자연이 주는 신선함에 취해 이곳저곳을 느낌이 가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 년을 걷고 나니 다음 해부터는 꽃들이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


살면서 수없이 본 꽃 들이었지만 유심히 관찰하고 세심히 들여다보면서 꽃에 대해 알고 싶은 충동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꽃은

추위를 이기고 흰 눈 속에서 강직하고 꿋꿋하게 피어나는 고결, 인내, 충실이라는 꽃말처럼 기품이 어느 꽃보다 뭉클하게 와닿는다.


목련은 고귀함, 숭고함, 우애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잘 알다시피 백목련과 자목련이 있는데 꽃말이 각자 다르다.


하얀 목련 꽃말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주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옥황상제의 딸이 북쪽 바다 신을 짝사랑하게 되어 찾아갔지만 신은 이미 아내가 있었고 그래서 실망한 나머지 바다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북쪽의 신은 이를 불쌍히 여겨 자기 아내를 죽여 공주 옆에 나란히 묻어 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 무덤에서 꽃이 피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 핀 꽃은 백목련이 신의 아내의 무덤에서는 자목련이 피었다는 설이 있는 꽃이다.


진달래의 신념, 애틋한 사랑, 사랑의 기쁨 이런 꽃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진달래와 철쭉을 혼동하기도 하는데 진달래는 3월 중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고, 철쭉은 한 달 뒤인 4월 중순부터 꽃을 피운다.


물론 빠른 철쭉은 3월 말부터 피는 녀석들도 있다.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진달래는 잎이 없이 꽃을 피우고 철쭉은 꽃과 잎이 함께 나온다는 점이다.


진달래는 꽃이 크고 철쭉은 꽃이 비교적 작다.


우리 동네에서는 진달래를 창꽃이라 해서 꽃 전을 해 먹곤 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개나리는 봄의 꽃답게 깊은 정, 희망, 기대, 성취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봄꽃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벚꽃은 꽃송이가 화려하고 풍성해 사람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꽃이다.


사람들은 벚꽃나무 아래서 추억을 만들어 쌓고 써 간다.


벚꽃의 꽃말은 다양하게 많고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서양에서는 봄과 순결, 처녀의 상징이며 꽃말은 교양과 정신 미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부와 번영을 의미하는 꽃말을 갖고 있다.


동백은 봄꽃은 아니지만 12월 한겨울 무섭게 몰아치는 추위를 뚫고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해서 겨우내 꽃잎을 머금고 있다.


필 때도 예쁘지만 개인적으로는 '툭툭' 떨어질 때가 더 도도하고 숭고하리만큼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훈 작가는 "자전거 여행"에서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러운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 버린다.


동백이 떨어진 나뭇가지에는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는다,라고 적고 있다.


이 꽃 말고도 수많은 꽃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각자 위치에서 하모니를 이루며 자신의 존재를 지킨다.


꽃들이 주는 서정을 따라 걷노라면 언젠가 나도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겠지.


허락한 생의 나날을 내가 속한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조화를 이루며 살도록 애쓰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의 시간들이 있었음에 오늘도 감사하며 한 줄의 글을 담담히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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