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까지 살면서 포기라는 단어를 운명처럼 달고 산 나에게 글쓰기를 하면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단지 글쓰기를 했을 뿐인데..."
삶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저 만이 누리는 복락을 살짝 공개하도록 하겠다.
첫째 하루를 밀도 있고 알차게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서 호흡을 가다듬고 일 분 일 초를 끝까지 부여잡으려고 끊임없는 싸움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글쓰기 이전의 삶은 부끄럽게 고백하지만 대충대충 살았다. 남들과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TV시청 아니면 운동하는 게 하루 일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일어나면 지난밤에 외운 영어 회화를 틀어놓고 복습하면서 찬찬히 기억을 더듬어 다시 반복해서 외운다.
영어를 하게 된 동기는 MBC 김민식 피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읽고 나서 영어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통 문장을 될 때까지 무작정 외우는 무모한 방식이지만 설득력이 있어 나도 저렇게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퇴근 후에는 곧바로 피아노 연습에 돌입한다.
굳고 투박한 손가락을 건반에 올려놓고 비록 어설프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의지를 불태운다.
나중에 아름다운 한곡을 선사하리라는 약속을 드리니 기대하시라.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넌 커서 가수 하면 되겠다. 노래 실력도 선보일 테니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피아노 연습을 끝내고 집에 와 저녁에 활동할 에너지를 위해서 위장을 열심히 채운다.
그리고 곧바로 운동을 하러 간다.
두 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개운한 몸으로 돌아와 영어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으면 잠을 청한다.
난 어쩌면 이제까지 살면서 도전이라는 걸 모르고 살지 않았나 싶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될 거야." , "못해", "그냥 살자" 이런 생각들이 팽팽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또 특별한 재능도 없고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없는 한마디로 별 볼일 없는 인생이었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이었기에 어쩌면 시도는커녕 실패가 두려워 뭘 하기도 전에 포기 먼저 해버린 나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나를 발견한다.
글쓰기를 계속하니까 "이거구나" 보물 열쇠를 찾은 거처럼 너무나 반가워 다른 보물도 찾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만약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이 무슨 일이든 재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재능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은 포기하지 않는 끈기다. 재능이 있나 없나 묻기보다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동기가 분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하기 싫고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할 만한 동기가있었야 한다는 것이다.
난 내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동기가 분명하다.
둘째는 생각이 달라졌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강해 남들이 조금만 이상하게 보거나 안 좋은 반응을 보이면 창피스러워 어디론가 숨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나답게 살기로 연습 중이다.
남들이 나의 인생에 끼어들지도 않았고, 방해도 없었는데 왜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위축되게 살아야 해 그럴 필요가 없잖아. 당당히 살자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너무나 반갑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듯이 넘어져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다시 일어나 시도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는 게 더 부끄러운 일임을 깨닫는다.
실패한다고 해도 죽지 않고 아무도 날 나무랄 사람도 없다.
어설프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 나 이런 사람이다 보여 주는 용기, 무지를 인정하는 용기, 그럼에도 다시 시작하는 용기 자기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최대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셋째는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이 결핍된 상태로 어쩜 닥치는 대로 도돌이표처럼 왕복하며 산 인생이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해도 즐겁거나 행복하지도 않았다.
확연히 달라진 점은 배우는 즐거움이 내 삶의 충만함으로 바꾸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지식이 생기고, 새로운 기술이 생길 때마다 내 삶은 태도가 새롭게 재편집되면서 감동의 쓰나미가 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지게 한다.
글쓰기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출발선이 되었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내 인생의 후반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는 없지만 배움의 과정을 즐기면서 성장해 갈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