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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운 Oct 17. 2024

16, 마음 뭉클하게 해 준 친구들

고만고만한 삶에 톡 쏘는 청량음료 같은 하루였다. 한 달 전 금요일 늦은 시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덕우 친구였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섯 명의 친구들이 서울에서 친목을 도모하게 되었는데 내 얘기가 나와 갑자기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 왜? 모임에도 없는 내가 친구들의 대화에 들어갔을까 궁금했다. 아마도 추측컨대 쓴 글들이 내 만족과 과시를 넘어 친구들에게 조금은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통화하는 친구들이라 얼마나 반갑고 기뻤던지 주변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대화 중 이 친구들이 내일 통영으로 날 보러 오겠다는 아닌가? 길이 한 두발도 아니고 뭐 하러! 그러지 말라고 만류했다. 그럼에도 한사코 온다는 거였다."친구들끼리 편하게 밥 한 끼 하면서 오랜만에 우정을 돈독히 쌓으라"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근데 다음날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통영에 거의 도착해 간다며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로 오는 중이라고 소식을 전한다. 황당하고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지난밤 농담처럼 한 말진심이었다. 설윤, 정환, 인호, 덕우, 상완  5명의 친구가 가게에 들이닥쳤다. 한숨도 못 잔 얼굴로 먼 길을 달려온 친구들에게 무엇으로 보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감동을 넘어 해머로 심장을 강타한 한방이었다. 오십 중반에 이렇게 짜릿한 순간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게 고마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얼굴엔 주름만 몇 개 더 늘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우리는 30년 전으로 돌아가 배꼽 잡고 웃으며 낯설지 않은 해방감을 맛보았다. 이 친구들과의 우정과 인연은 깊다. 중, 고등학교와 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을 하며 꿈을 키웠다. 어딜 가나 같이 있었다. 고3 여름 방학 때 15명이 지리산으로 당일치기 캠핑을 갔다. 2학기 때 더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가자는 우리들만의 단합대회였다. 지리산 중산리 계곡에서 물장구도 치고 밥도 해 먹고 꿀맛 같은 시간을 만끽하며 놀았다. 문제의 발단은 남자 애들이 1박을 하고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여자애들은 아무래도 집에서 걱정을 하니 다들 돌려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근데 여자애들 아무도 돌아가지 않겠다며  1박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나와 몇몇 녀석들은 어차피 집에서 찾는 사람이 없으니 몇 날 며칠을 여기서 있다가 가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그날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되는 친구들도 있었다. 부모님께 지리산으로 놀러 간다고 하고 온 친구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런 친구들은 독서실이나 친구집에서 공부하고 자고 간다며 거짓말을 하고는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랐다. 모처럼 입시의 해방감이 찾아온 날이라 다들 만족했다. 다음날 교회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우려한 일이 일어났다, 한 여자애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말았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딸을 찾아갔는데 애는 없고 수소문 끝에 지리산으로 놀러 갔다는 얘기를  듣고 말았다. 교회뿐만 아니라 그때 간 모든 애들의 부모님들까지 다 알게 되고 말았다. 담당 교역자와 장로님들이 봉고 차를 타고 지리산으로 찾아 나서고, 경찰서에 신고하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야 아무런 문제가 될 이유가 없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 이후로 우리는 지리산 팀이 되었다. 지금도 만나기만 하면 이 사건은 우리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1순위다.

정환이와 설윤이는 친구이면서 부부고,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1순위 기업 반도체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설윤이란 친구는 내 쓴 글에 늘 힘을 주고 솜사탕처럼 달달하게 만드는 친구다.

인호라는 친구는 민생을 책임지는 경찰 간부로 있으며,  제수씨와 함께 참석했는데 성격, 미모 흠잡을 곳이 없는 현숙한 여인이었다. 상완이 친구는 모 기업 이사로 재직 중이다.

덕우라는 친구는 나에게는 특별한 친구다. 내 가진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사이다. 가난하고 힘든 그때 그 시절 동고동락을 같이 한 녀석이다. 늘 옆에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 친구다.

큰 아버지 집에 살면서 큰 어머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지만 잘 곳과 갈 곳이 없는 나를 불러 재우고 먹인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다. 모든 게 서툰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들을 다하며 사는 모습들이 멋지고 자랑스럽다. 나의 초라한 글로 친구들 자랑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늘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는 마음은 진심이다. 어린 시절 환경적으로 보면 비행청소년으로 살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지만, 곁에 좋은 친구들이 있어 그나마 잘 극복했다. 얼마나 큰 행운이고 축복이었는지 모른다. 이 친구들 덕분으로 지금 여기까지 와 있다고 생각한다. 우정 변치 말고 오래도록 간직하며 건강하게 살아보자는 소원을 담아 보낸다.

친구들 고맙고 사랑한다.

그때 모인 친구들과, 30년 전 추억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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