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까지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그중영어 공부를 하지 않은 게 제일 후회스럽다. 주입식 세뇌 교육을 받고 자란 시대여서 그런지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시험이었다. 그래서 스트레스의 주범이자 골칫거리였다. 공부는 억지로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해야 잘 된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영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머리에 낀 녹을 제거하는 의미에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워밍업이 필요했다. 유튜브에서 생활영어를 골라 '무작정' 외워 보기로 했다. 30 문장으로 기억한다. 옛날부터 외우기가 곤욕인 나에게 엄청난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쓰고 따라 하기를 반복했지만 도무지 외워지지가 않아 자괴감만 계속해서 늘어갔다. 어제 본 문장을 아침에 일어나 기억하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어제 외운 문장이 맞나 할 정도로 생소하게 느껴졌다. 한심한 수준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이런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54년을 모국어로만 살아온 세월 때문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그냥 무작정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냥 한다고 되는 게 아님을 실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때까지 영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 여겨지며,그래도 시작했으니 오기를 가지고 영어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내기를 하듯 시간이 날 때마다 외우기를 반복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발음을 찾아 따라 해 보고, 뜻과 의미를 익히며 나름 열심을 내었다. 그렇게 하기를 13일째 되는 날 정확히 첫 문장부터 끝문장까지 완전히 외우는 순간이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몸에 짜릿하게 전율이 흘렸다. 흥분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가 않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남들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적어도 내가 마음먹은 일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면 해낼 수 있겠다는 단단한 마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학생 때 그렇게 하기 싫었던 영어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글을 쓰고 난 이후에 변화된 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내가 영어 공부를 해야 할 결단과 의지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부터 책 한 권을 정해놓고 이번처럼 나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하루에 한 문장을 외우면 1년이면 365 문장을, 2~3년이면 생활 영어는 어느 정도 가능케 되리라 본다. 그렇게 되기까지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매일매일 꼬박꼬박 외워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원하는 영어가 어느 정도는 정복되리라 본다. 이제 시작한 영어 공부가 멈추지 않고 뜨겁게 잘 되기를 응원한다. 내가 꼭 해서 모든 이에게 할 수 있다고 도전하라고 말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