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미련

by 김종운

어떻게 이런 몸으로 미련하게 잘 참았네요, 피곤을 많이 느껴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초음파로 내 간을 보고 한 말이다. 비장이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간수치도 너무 높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한다.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죠? 지금 당장은 큰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정말 큰일도 일어날 수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며 따끔한 충고를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참 미련하게 버티며 살아온 거 같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미련은 내 삶의 태도였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도 한 시간 이상 되는 거리를 버스비가 없어 걸어 다녔다. 열이 40도가 오르내리는 감기에도 병원에 가지 않고 마냥 참았으니까. 살다 보니 때를 놓친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했어야 할 것들,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 쌓여만 갔다. 자주 숨이 막혀 속이 답답했다. 침묵이 답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그런 것들이 가슴에 차이면 차일수록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을 내뱉고 섞기가 싫었다. 이럴 때마다 글로 나의 미련함을 풀어낸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가 말했듯 일 년에 20명 이상이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죽어나갈 때에도 미련하게 글로써 답답함을 풀어 나갔다. 욕하지 않고 나만의 언어로 하고 싶은 말들을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하고픈 말들을 다 했다. 많은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안전하고 괜찮은 방법이었다. 쌍욕이 나무하는 진흙탕 같은 환경에서 연꽃 같은 언어로 삶의 풍경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무튼 그랬다. 공든 탑이 자주 무너지고 뿌린 대로 거두지 못하는 삶이 많다. 그래서 몸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허망을 알면서도 살아가는 인생이 대단하다고 오늘도 미련하게 믿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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