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립군의 기도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희생하신 투사들을 위하여

by 박철

어느 독립군의 기도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희생하신 투사들을 위하여)


박 철

만나지 말아야 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조국에

난 내 조국에 서야 했습니다.

당신은 무례하게도

나의 조국을 침범했고

차가운 눈빛으로

지나가던 당신

난 조금 궁금했지만

당신보다 더 차가운

표정으로 당신 앞을

지나쳐 버렸습니다.

당신과 나의 표적이

같아지던 날

서로를 겨누었지만

차마 쏘지 못하고

각자의 복면 속으로

숨었습니다.


한 번은 우연히

한 번은 우연을 가장하여

당신과 마주쳤지만

그다음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적의 총탄이

옆구리를 쏘아

피를 쏟을 때

당신이 내 앞에

올 줄이야.

내 피를 닦아줄 이가

동지가 아니라

당신일 줄이야.

너무나 아파서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절대로 당신은

내게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내 아버지의 조국을 위해

당신의 남은 생을

쏟을 필요가 무엇입니까.

당신은 당신의 조국을 위해서도

충분히 피를 뿌렸습니다.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가 살았고

내 조국은

당신의 조국이 되었습니다.

수없이

당신과 함께

걷고

웃고

먹는 꿈을 꾸었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말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당신은

내 조국에 누웠고

나는 끝나지 않은 전쟁과

조국을 위하여

만주 어느 벌판에서

총처럼 강한

풀이되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안녕 내 사랑.

하나의 조국에서

다시 만나기를


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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