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

by 박철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나는 가끔 강의 중에 고등학생들에게 느닷없이 질문한다.


얘들아, 공부는 왜 하니?


이 질문에 많은 아이들은 잠시 멈칫한다.


왜냐하면 왜 공부하는 지를 자기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물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왜 공부해야 하는지는 자기 자신이 아닌 선생님에게서나 부모님처럼 내가 아닌 남에게서 듣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웃긴다.

공부는 내가 하는데 이유는 남이 정의하고 있다.

나의 질문에 잠시 멈칫하던 아이들은 소리치듯 말한다.

“잘 살려고요.”

“잘 사는 게 뭔데?”

“돈 많이 벌려고요.”

“공부 잘하면 돈 많이 버는 거 확실해?, 내가 아는 사람은 전문대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100억이 넘는 자산가야,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인데 CEO로 5억이 넘는 외제차 몰고 다니는 사람도 있어. 명문대 나온 내 친구 중에 나보다 부자로 사는 사람이 거의 없어.”

“좋은 직장 가려고요.”

“서울대 나온 학생 중에 비정규직 다니는 친구도 있고, 고려대 경영학과 나왔는데 지금도 백수인 학생도 있어.”

“좋은 대학 가려고요.”

“좋은 대학, 그게 어딘데?”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이루려고요.”

“공부 잘하면 꿈을 이루는 거 확실해? 그러면 니 꿈이 뭔데?”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걸까?


어쩌면 나도 이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떤 젊은이가 강연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것.”



우리의 삶이란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 나의 전부다.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소소한 나의 일상들.

일정한 시간에 핸드폰 알람소리에 깨어나

물을 한잔 마시고

날씨가 좀 춥지만 한 시간 정도 러닝을 하고

샤워를 하고

핼리코 박터균을 죽인다는 약을 한 움큼 먹고

30분 정도 큐티를 하고

책을 잠시 읽고

티브이를 켜서 오늘의 기사를 확인하고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고

커피부터 한잔 마시고

직원들과 잠시 미팅을 하고

몇몇 업무들을 처리하고

몇 군데 전화 통화를 하고

점심으로 간단한 샌드위치 하나를 먹고

어느덧 하루가 지나

퇴근을 하고

힘들지만 건강을 위해 엘베를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고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아내와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너무 잠이 몰려온다 싶으면

네 번째 헬리코박터균을 죽인다는 메스꺼운 약을 또 먹고

잠들고.

이런 일상들이다.

그런데 이런 일상들은 모두 나의 성실한 실천 덕분이다.


잘 산다는 것은 오늘 나와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


내가 해야 하는 약속들을 지키기 때문에 나에게도 남에게도 아무런 문제들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것은 누가 내게 억지로 짊어지게 한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들이다.


남편, 아버지, 아들, 조직의 대표, 장로, 컨설턴트, 강사, 브런치 작가.


뭐 이런 것들이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들이다.


왜 공부하는가?


그 대답은 “나는 학생이다.”에서 해답을 찾으면 좋겠다.

학생, 공부하는 사람이다.

거기에는 무슨 거창하고 그럴듯한 포장이 필요치 않다.

누구나 1등이 될 수는 없다.

누구나 1등이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누구나 1등처럼 열심히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일상의 약속들을 늘 잘 지키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어떤 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몸이 아파올 때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으려 애쓰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에게 말을 걸자.

오늘 하루 어땠니?


아,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 오늘 하루 수고했어.

넌 충분히 잘한 거야.

나의 영원한 동반자는 역시 나.


때문에 자책보다 위로.

잘 산다는 것,


그건 오늘 하루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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