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하지 마라

결혼을 고민하는 이에게 드림

by 박철

결혼, 하지 마라


결혼, 하지 마라.

집과 부모를 떠날 만큼 간절한

그런 사람이 아니면

결혼, 하지 마라.

종교와 이념을 바꿀 만큼 다 던질

그런 사람이 아니면

결혼, 하지 마라.

궁합이 상극이라

결혼하면 3년 만에 죽는다 해도 마다하지 않을

그런 사람이 아니면

결혼, 하지 마라.

곰팡내 나는 반지하에서도 별을 꿈꿀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결혼, 하지 마라.

입맛이 아닌 밥을 함께 먹어줄

그런 사람이 아니면

결혼, 하지 마라.

눈 내린 깊은 밤

두 시간 버스를 타고 와

창을 두들기며

손가락인형을 건네고는

총총히 돌아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결혼, 하지 마라.

목숨을 끊고 싶을 때 유일하게 찾아갈

그런 사람이 아니면

그가 아니면

벽에 머리를 박으며 죽고 싶은

그런 사람이 아니면


불꽃같은 사랑.


뜨겁지 않은 사람과

끝없이 이어진 저 차가운 길의 끝까지

어찌 갈 수 있겠나.

지금 곁에 없다 하여도

시린 그리움의 개수만큼

심장에 빛을 비출 수 있는 사람.

하늘이 얼마나 푸르렀는지

끝없이 흐르는 강물이 또 얼마나 푸른지를

깨닫게 해 줄 그런 사람.

잦은 실수와 잘못조차

0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커피숍에서 커피 잔 손잡이를

내 오른쪽으로 돌려줄 수 있는 사람.

비가 오는 날

그대의 어깨가 젖어도

우산을 내어줄 그런 사람.


삶이

커튼을 내리고

추억이

창문을 닫으며

화병에

꽃이 없는 날

나약한 손을 잡아줄

그런 사람이라면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나거든

서슴없이

사랑하고

다 던져

사랑하며

미련 없이

사랑하자.


결혼,

해도 후회

말아도 후회라면

잠시보다 오래가

낮보다 밤이

오늘보다 내일이

여름보다 가을이

더 푸른 숲이 되게 하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하자.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

그에게 편지를 쓰라.

"지금, 거기 있는 당신이 그인가요?"

만약 그가 그라면

언제나 몇 번이라도

그에게 날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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