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의 흥분된 말이나 태도에 함께 출렁거리지 않고
모래사장이 끊임없는 파도를 용납하듯이
상대방을 받아줄 수만 있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내 말이 상대방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내 말이 상대방을 윽박지르지 않으며
내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토닥여 줄 수만 있다면
내 말이 상대방보다 딱 한걸음만 뒤에 설 수 있다면
내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내 울분과 분노가
오늘이 아니라 내일로 미뤄질 수만 있다면
내 옳음이 상대방의 옳음보다
한 뼘만 짧음을 인정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겸손한 사람이겠나.
엘리베이터가 택배기사님 때문에 머뭇거려도
수고해 주셔서 고맙다고 고개 숙일 수 있다면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10초만 정지 버튼을 눌러 줄 수 있다면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유리문을 잡아줄 수 있다면
갑자기 차가 끼어들어도
웃으며 보내줄 수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행복해 질까.
한참 후배가 나를 앞질러 말을 하고
한참 후배가 혈기를 부려도
조용히 들어줄 수만 있다면
내 안에 정답이 있지만
후배의 오답에도 색다른 아이디어라고
인정해 줄 수만 있다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후배를 위하여
티 나지 않게 물러나 사라져 줄 수만 있다면
나는 얼마나 기대고 싶은 어른이겠나.
착하게 사는 일.
남을 배려하는 일.
초등학교 1학년 때 다 배운 일이지만
그 쉬운 걸 잘 못해서 나는 불편한 어른이 되었나.
멀잖아 봄이 오고
태백산 계곡에 물리 풀리면
깊은 골 맑은 물에 머리를 씻고
깊은 골 맑은 바람에 마음도 씻으리.
봄이 오면,
그토록 그리던 봄이
내게도 오면
태백산 숲길로
떠나게 하소서.
봇짐하나 들춰 메고서
바람에 구름 가듯
떠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