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연가

by 박철

노래를 못해도 가수가 꿈이었고 글을 못 써도 시인이 꿈이었던

사귀는 사람이 없어도 늘 그리움에 가슴이 시리던 어린 시절.


어린 날 친구들과 어른이 되면 가보자던 곳을 가보지 못하고

해보자던 것들을 해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버렸네.

어른이 되면 해보고 싶었던 화장을 많이 해보지만

그때 꿈꾸던 새하얀 얼굴은 어디로 갔나.

세상을 다 갖고 싶었지만

열개를 가지니 열 가지 고민이

백개를 가지니 백가지 근심이 생겨

테라스에 늘어선 화분의 개수만큼의 걱정도 피어나더라.

신께서는 나에게 남김없이 모든 걸 넣어 주셨지만

난 늘 행복하지도 부유하지도 못했으니

행복은 신께서 불행은 내게서 나왔구나.


상대에게 미운 마음이 들어도 너무 모질지 말고 너그러이 사랑하자.

오래든 잠시든 그가 내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온 사람이기에.

사랑은 표현이 아니라 감정이니

상대가 내게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서운해하거나 실망하지 않으리라.

어릴 적 아빠가 너무 좋아서 아빠에게 시집가리라 했는데

이제 아빠는 너무 멀리 계시네.


홀로이 호화로운 튤립보다는

여러 꽃무리가 하나로 피는 라일락처럼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드는 삶이 되기를.

화이트 로즈처럼

나에게도 남에게도 순결과 존중을 잊지 말기를.


불편한 조언과 불쾌한 충고보다는

공감하고 응원하는 어른이 되고파.

언제나 지난날들이 그립고 가장 행복했던 것처럼

오늘은 또 다른 미래에 그리울 과거이기에

늘 지금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워라.

세상의 속도와 세상이 가는 곳이 아니라

나의 속도와 내 시선을 따라 살리라.

스무 살,

아이를 벗으려 화장도 하고 염색도하고 클럽도 가고 알바도 하고 싶었지만

어릴 적 커피우유가 더 그리웁구나.

어릴 때는 아무런 이유 없이도 친구를 만나고 놀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이유가 있어야만 사람을 만나고

이유가 사라지니 인연이 다하더라.


어릴 때는 엄마에게 허락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어른이 되기를 바랐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하고 싶은 것보다 걱정이 많아지더라.

어릴 때는 친구가 많을수록 행복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사람 때문에 힘들 때가 더 많더라.

어릴 때는 하루도 너무 길더니 어른이 되고 보니 십년도 순간이더라.

어른이 되어도 친구와 가족과 강아지와 아끼던 양말을 간직하고 싶었지만

이제와 돌아보니 하나도 남은 것이 없구나.

어릴 적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카락을 잘라 소아암 친구에게 보냈던

내 소중했던 머리카락은 잘 도착했을까.

그때는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잘라 주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머리를 기르지도 않고.


나는 항상 거기에 머물고 싶지만

시절은 내 팔을 잡아당겨

낯선 도시로 떠밀고 가네.

그리운 사람도

그리운 시절도

하나도 남음이 없고

끝내는 나도 없어질

아스라한 시절의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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