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준비하며
이른 아침, 마지막 출근길에 서서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평소보다 10분 일찍 눈을 떴건만,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도 가볍다.
오늘은 은퇴 전 마지막 출근 날이다.
머리맡에 두었던 셔츠와 정장을 꺼내 입으며 문득, 처음 출근하던 날의 내가 떠오른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세상이란 넓고도 낯선 전쟁터 같았다.
그 전쟁터를 매일 걸어 다녔다.
하루하루 버텼고, 조금씩 배웠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웃고 울었다.
억울함과 분노를 꾹 눌러가며 참아야 했던 밤도 많았다.
이른 아침, 익숙한 길을 걷는 내 발걸음이 낯설다.
다시는 이 길을 ‘출근’이라는 이름으로 걷지 않는다는 생각에, 길가의 나무와 신호등마저도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가슴 한편이 허전하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하다.
이제는 책임이라는 단어에서 조금은 벗어나, 나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의 시간은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
다만, 오늘만큼은 지난날들을 찬찬히 되새기고 싶다.
긴 시간을 함께한 동료들에게, 나를 버티게 한 가족에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온 내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수고했다. 이제 잘 쉬어도 돼.”
오늘 아침, 나는 마지막으로 출근을 준비하며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한다.
어쩌면 인생의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조용히 문을 닫는 아름다운 퇴장이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고요하네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한데, 내 마음은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감정들로 가득 차 있네요.
나의 마지막 출근 날.
그렇게 오랜 세월을 지나, 드디어 이 하루가 왔군요.
지금 셔츠를 단추 하나하나 채우면서 문득, 처음 출근하던 날이 생각났어요.
긴장과 설렘으로 잠을 설쳤고, 출근하는 내게 당신이 싸준 도시락을 꼭 쥐고 나갔던 그 아침.
세상 물정 모르던 내가 이제는 누구보다 세월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 모든 시간의 뒤편에 항상 당신이 있었어요.
내가 말없이 지쳐 돌아온 날, 당신은 조용히 내 옆에 앉아 밥을 데워주었고, 때로는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었죠.
승진의 기쁨도, 실망과 좌절도, 가족의 희로애락도…
우린 함께 걸어왔네요.
당신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어요.
당신의 헌신, 인내, 미소… 그 모든 것이 나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자 안식처였음을 오늘 아침 다시금 감사합니다.
이제 나는 ‘출근하는 남편’이 아닌,
‘당신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조금은 늦었지만, 앞으로는 당신 옆에서 당신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요.
고맙고, 미안하고, 무엇보다 사랑해요.
오늘 마지막으로 현관문을 나서며, 조용히 속삭여 봅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
오늘 아침, 마지막 출근길에서
오늘 아침은 조금 특별하단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이거든.
언제나처럼 옷을 차려입고, 가방을 챙기고, 익숙한 길을 걸어 나가겠지만…
처음 너희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아빠는 책임이란 말의 무게를 처음 알았단다.
작고 따뜻한 너희 손을 쥐고, "내가 너희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다짐했지.
그 후로 아빠의 하루는 늘 바빴고, 때론 너희 곁을 지키지 못한 시간도 있었단다.
그게 늘 마음 한편에 미안했어.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고,
무엇보다 너희가 이렇게 멋지고 따뜻하게 자라준 게, 아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였단다.
이제 아빠는 긴 긴 여정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려 해.
늘 그랬듯 너희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나무처럼, 조용히 곁을 지키는 존재로 남고 싶어.
아빠의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다.
앞으로는 너희와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천천히 나누고 싶어.
우리 아이들,
아빠가 걸어온 길은 어쩌면 평범했지만,
너희가 있어 언제나 의미 있었고, 후회 없는 길이었단다.
오늘만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희들의 박수를 아빠에게 보내줄 수 있겠니?
고맙고, 아빠가 많이 사랑해.
오늘 아침, 마지막 출근길에서
늘 너희의 아빠로부터
오늘 아침, 유난히 조용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책상 앞에 앉는다.
이제 마지막 출근이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긴 시간을 달려왔고, 나는 사실 좀 지쳤어.
그동안 참 많이 애썼지.
피곤하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여길 만큼,
가족을 위해, 맡은 일을 위해 묵묵히 버텨냈지.
때로는 억울한 일도 있었고, 인정받지 못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왔단다.
그 길이 외롭지 않았던 것은
나 자신이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지켰기 때문이야.
눈에 띄는 성취보다, 흔들림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그 마음이 가장 큰 자랑이자 성장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얼마나 많은 월요일 아침을 맞이했던가.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서러웠지만
그래도 다시 걷기를 선택해 준 나에게 고맙다.
오늘은 그런 나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의 시간은
성취가 아닌 쉼을 향해,
의무가 아닌 기쁨을 향해 걸어가도 좋아.
이제는 세상의 기대보다 나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 참아온 일들, 미뤄온 취미들, 놓치고 지나쳤던 사소한 기쁨들…
이제는 하나씩 꺼내어 나 자신을 위해 살아도 된다고
오늘 이 아침, 나에게 말해주고 싶어.
이제는 네 삶의 봄이 오기를.
마지막 출근 아침에
나 자신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