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 너헛다가 구뷔구뷔 펴리라

maye <Tú>

by 정상권
Maye <Tú> [사진 출처] 사운드클라우드



Todo lo que viene yo lo pido,

내 바람이 뭐든지 이뤄진다면,

En cada momento infinito

모든 순간들이 무한했으면 좋겠어

Busco lo que escondes, tú me dices dónde.

그럼 넌 모든 비밀을 말해주고, 난 다 찾아내게 되겠지.


Todo lo que pasa es relativo,

세상 일은 뭐든지 인과대로 흐르지만,

Pero cada vez que estoy contigo

너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면

El tiempo se detiene y desaparece.

시간은 멈추고 사라져 버리지.


Y tú me das todo lo demás

대신에 넌 내게 그 외 모든 걸 주지

Yo quiero estar donde tú estás

난 네가 있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싶어

Amor eres Tú, solo tú.

사랑은 너야, 오직 너.


Y tú me das todo lo demás

대신에 넌 내게 그 외 모든 걸 주지

Yo quiero estar donde tú estás

난 네가 있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싶어

Amor eres Tú, ninguno como tú.

사랑은 너야, 그 누구도 네가 될 수 없어.


Todo lo que dice un solo beso,

단 한 번의 입맞춤이 말해준 모든 건,

Hace que se rinda el universo

온 우주를 다 져버릴 수 있게 해.

Como hacen los Dioses, al caer la noche.

밤시간을 불러오는, 신의 섭리마저도.


Para que correr si no hay apuro,

서두르지 않아도 돼 그럴 필요 없잖아,

Si es que cada vez que estamos juntos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면

El tiempo se detiene y desaparece.

시간은 멈추고 사라져 버리지.


Y tú me das todo lo demás

대신에 넌 내게 그 외 모든 걸 주지

Yo quiero estar donde tú estás

난 네가 있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싶어

Amor eres Tú, solo tú.

사랑은 너야, 오직 너.


Y tú me das todo lo demás

대신에 넌 내게 그 외 모든 걸 주지

Yo quiero estar donde tú estás

난 네가 있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싶어

Amor eres Tú, ninguno como tú.

사랑은 너야, 그 누구도 네가 될 수 없어.


Ya no me hace falta nada más,

다른 건 내게 하나도 필요하지 않아,

si lo más difícil de encontrar lo encontré contigo.

아무리 찾기 힘들 만큼 귀하더라도 너와 함께라면 찾을 수 있어.


Ya no me hace falta nada más,

다른 건 내게 하나도 필요하지 않아,

si lo más difícil de encontrar lo encontré contigo.

아무리 찾기 힘들 만큼 귀하더라도 너와 함께라면 찾을 수 있어.

Y nadie más.

너 말곤 없어.


Written by Maye Osorio, Fernando Belisario, Fernando Osorio, and Patrick Howard.

Produced by Patrick Howard and Fernando Belisario.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우주와 신의 섭리대로 밤은 찾아오고 시간은 흐른다. 곡에서는 지속적으로 세상과 사랑 사이의 괴리를 대조적으로 드러낸다. 1절 "Todo lo que pasa es relativo"에서 relativo는 상대적인, ~에 의한 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다. 사랑과의 대조와 전체 곡의 맥락에서 생각해 봤을 때, 세상 모든 일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모든 일은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왜 하필 relativo라는 단어를 썼을까. '상대적인'의 반의어는 '절대적인'이다. 절대적인 것은 대자적으로 존재한다. 주변의 영향을 받아 생성되지 않고 그 자체로 다른 외부로부터 독립적이다. 여기서는 사랑,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세상은 상대적이고, 모든 일들이 선후관계와 인과관계로 얽혀있는 연쇄반응인 셈이다. 사랑이 절대성을 갖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점유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의 바람에서 실현가능한 형태로의 치환이다. 적어도 이 곡 안에서는 사랑은 절대적이므로.


후렴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Y tú me das todo lo demás"을 보자. 대신에 넌 내게 그 외 모든 걸 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그라는 것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 앞선 가사에서는 "El tiempo se detiene y desaparece." 시간 tiempo은 멈추고 사라진다고 나온다. 여기서의 시간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세상에서 흐르는 시간, 즉 세상일과 연관된 시간과 그와 함께 있는 사랑의 시간을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세상의 시간은 절대적이기에 그 속에 사랑의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곡에서만큼은 세상의 시간과 사랑의 시간의 합이 정해져 있는 제로섬게임이다. 사랑의 시간을 무한하게 늘리게 되면, 그들이 겪는 세상과 연관된 시간은 0에 수렴한다. 세상의 시간이 0이 된다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결국 처음에 말한 '그'는 세상과의 단절이라는 손실이다. 시간을 멈추고 사랑의 시간을 무한히 늘린 대가로 세상과는 단절되지만 그 단절 외에 모든 것을 자신에게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엄청난 양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화자에게는 그것이 더 값지다. 사랑의 시간과 세상의 시간은 양립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사랑에 빠졌을 때,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사랑의 시간 점유욕에 관한 모티프는 황진이의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冬至사다ᆞ갈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사랑하는 님 오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


시적화자는 님이 없는 시간, 즉 세상의 무의미한 시간을 모아두었다가 사랑하는 님 오신 밤, 사랑의 시간에 보태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이는 곡 가사에서 모든 순간의 무한함을 바라는 화자의 마음과 동일하다.


한편, 공간에 관한 말들도 곳곳에 등장한다. 후렴에서 "Yo quiero estar donde tú estás" 난 네가 있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싶다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에서 estar와 estás는 각각 1인칭과 2인칭에 쓰이는 영어에서 be의 의미를 갖는 Estar의 동사 변형형이다. 여기서 2인칭 너에 대해서는 '있다'로, 1인칭 나에 대해서는 '존재하다'로 다르게 풀어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그 공간에 단순히 '있다'의 의미를 넘어서, 내가 비로소 '존재한다' 실존하게 된다는 의미로 사랑의 완결성을 담고 싶었다. 그러한 장소 공유의 행위를 통해 실존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화자에게 있음을 유추하였다.


Todo lo que dice un solo beso,
단 한 번의 입맞춤이 말해준 모든 건,

Hace que se rinda el universo
온 우주를 다 져버릴 수 있게 해.

Como hacen los Dioses, al caer la noche.
밤시간을 불러오는, 신의 섭리마저도.


번역과 관련하여 언급할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Todo lo que dice un solo beso...(중략)... al caer la noche."을 보면, 이 마지막 noche는 저녁을 의미한다. 그래서 저녁이 될 때, 즉 해 질 녘으로 입맞춤의 시간을 설정해 번역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신의 섭리를 보충하는 말로 해석했다. 밤 자체를 부정적인 시어로 볼 수도 있고, 밤이 오게끔 하는 것 자체가 신의 섭리, 우주와 세상의 시간을 흐르게 한다는 맥락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al 자체가 to the, when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입맞춤의 시간배경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나, 시구의 위치가 제일 끝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자수 등을 고려할 때 운율에 맞게 한국어로 번역하기 불가피하였음을 밝혀둔다.


음악을 듣다 보면, 전주부터 곡의 분위기가 어딘가 물속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앨범 자켓부터가 그러한 물의 속성들을 잘 담아낸다. 물 위에 떠서 수영하는 이미지보다도 수면아래에서의 잠수의 이미지가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가 연상이 된다. 곡의 가사가 보편적인 사랑의 특성을 공유하긴 하지만, 신화적이고 조금은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그래서 평범한 인간 대 인간의 사랑보다도, 어인과 사람의 사랑이 더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인어공주와 인간의 사랑과도 오버랩된다.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고 싶은 사랑, 세상과 단절하더라도 값지다고 느끼는 그 사랑의 속성이 곡의 가락과 상당히 닮아있다. 나른하면서 쾌락추구적이다. 관성에 끌려 몸을 맡긴다. 한 번 물에 빠지고 거기 헤엄쳐 나오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깊이 가라앉는 '침잠'의 청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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