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nger <winter SLEEP>
Eyelashes
Laundry
Ocean
The poster
Bad dream
Winter sleepin'
네가 보고 싶어 정말 보고 싶어
I've been wishing all the time, Imagination our love
저 오후의 하늘색과 닮아있는 것 같아 I dyed your hair
맘은 영원히 썩지 않고 빛을 만들어줘 그대여
그건 때가 타지 않는걸
I will always feel you
How can I tell you?
잠시 우리의 마음이 멀어진다 해도
난 너랑 살고 싶은 동네가 참 많아 자주 걸어 다녀 아주 먼 훗날
서로가 흐릿한 채 돌봐주지 못하게 돼도 뭐든 난
I better when I think about you
맘은 영원히 썩지 않고 빛을 만들어줘 그대여
그건 때가 타지 않는걸 그대여 그대여
I will always feel you
How can I tell you?
잠시 우리의 마음이 멀어진다 해도
눈을 맞추던 때의 느낌
물기 묻은 대화들
하루 온종일 써 버린 사랑 찾아 떠나자
네 미소 띤 얼굴
서로가 탔던 뜨거웠던 태양
Written by g1nger
Composed by WURAM and g1nger.
겨울은 참으로 신기한 계절이다. 1년을 구분 짓는 12월과 1월을 품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송구영신. 한 해를 결산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시기다.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는 동물이다. 반추하며 후회하고, 상상하며 불안해한다. 따뜻한 방 안에서 무료함을 느낄 때 전술한 형태의 생각은 연쇄적인 무한증식 절차에 돌입한다. 밤에 일기를 쓸 때만 하던 생각들은 겨울이 되면 일상화되어 버린다고 종종 느끼곤 한다. 그런 참을 수 없는 생각의 무거움을 피해, 나는 겨울잠을 자고 싶다.
추위는 모든 생명의 진동을 정지시킨다. 추위와 굶주림을 피해,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 겨울잠이라는 생존전략을 택한다. 이는 비단 동물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스페인 등의 유럽에서는 초기 인류가 동사하지 않기 위해 겨울잠을 잤다는 연구들이 나오기도 했다. 사학자인 그레이엄 롭은 비교적 최근인 19세기 유럽에서는 난방비와 식량을 아끼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문화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겨울에 잠을 더 많이 잔다는 수면의학 연구들은 이미 정설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겨울잠을 자고 싶다는 나의 욕구가 원초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안심을 준다. 그러한 겨울잠을 담은 이 노래가 주는 정서도 추위보다는 포근함에 더 가깝다.
가사 속 화자가 사랑하는 대상은 겨울잠에 들어갔다. 그들은 여름철 신나게 놀았다. '물기 묻은 대화들'과 '서로가 탔던 뜨거웠던 태양'은 아름다운 여름의 추억이다. 그들에게 겨울은 어떤 계절인가. '잠시 우리의 마음이 멀어진다 해도'를 통해 적어도 현재 그 관계는 서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상태임을 알려준다. 그건 이별이 아니다. 누가 친구와 이별하는가. 여름은 우리가 매일 만나 가장 신나게 놀던 시기를 일컫는 말이며, 겨울은 그럴 수 없게 된 시기다. 겨울잠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철저히 개별화되어 가는 과정이다.
우정이라는 관계에서도 필연적으로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다. 졸업하게 되면, 매일 만나던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학생처럼 만나 놀기가 어렵다. 물론 이것은 물리적 제약에만 국한되어있지는 않다. 대학 졸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관계는 변모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무 생각 없이 순수하게 놀던 신입생 시절로 되돌아가기가 힘들다. 비가역적 반응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여름 같은 우정을 나눌 순 없다. 평생을 그 우정에 빠져 여름처럼 늙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리는 언젠가는 겨울잠을 자는 어른이 된다. 이러한 필연적인 계절의 순행성, 일방향성을 부정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혹독한 겨울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겨울잠이라는 효율적이고 개별화된 생존전략을 택할 뿐이다. 그 불가피함 속에서 우정은 어떠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을까. 여름의 우정을 그리워하지만 다른 형태의 우정도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매일 보진 않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근황을 나눌 수 있고, 그들과 보내는 시간을 기약하며 일상의 원동력으로 삼기도 한다.
가사에서는 먼 훗날이 되어 함께 같은 동네에서 사는 것을 꿈꾼다. 자신들의 정착 혹은 은퇴와 노후를 친구와 보내고 싶어 같이 살만한 동네들을 미리 점찍어두는 그런 몽글몽글한 우정이 그려지지 않는가.
노래 첫머리에 열거된 단어들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수 진저가 저런 단어들을 보면 그 시절 친구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추측해 보게 된다. 그것은 친구들과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어떠한 이미지, 소품, 밈들일테다. 일상에서 그런 이미지들을 우연히 마주하게 됐을 때 우리는 여름의 친구들을 생각하며 피식하며 옛 사진들을 꺼내보기도 하고, 오랜만에 안부를 묻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는 마치 뉴진스의 <Ditto>처럼 내가 그 세계 속에 들어가 있다고 느낀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는 진저의 친구들이 있는 여름에 초대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우정에 완전히 동기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여름의 기억을 함께 만들어갔던 친구들 단톡방에 이 뮤직비디오를 보냈다. 그리고 다들 별일 없이 겨울잠은 잘 자고 있는지 묻는다.